"내시경, '검사'로 끝나선 안돼…일차의료가 대장암 검진 해법"

일차의료소화기내시경학회, 2026 추계학술대회서 국가검진 방향 제시
"검사 전 위험평가부터 결과에 따른 추적관리까지 단골의사가 맡아야"

(왼쪽부터)강준호 부회장, 이언숙 회장, 이정운 부회장, 김상진 홍보이사

대장내시경이 국가 대장암검진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2028년을 앞두고 '누가 검사를 하느냐'보다 '검사 이후 환자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진기관에서 내시경을 받고 결과만 통보받는 방식으로는 환자의 위험요인과 과거 병력을 반영한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와함께 평소 환자의 건강상태와 복용약, 가족력 등을 파악하고 있는 일차의료 의사가 검사 전 위험도를 평가하고, 검사 후 이상 소견에 따른 추적관찰과 치료까지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일차의료소화기내시경학회(회장 이언숙)는 13일 서울성모병원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2026년 추계학술대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8년 국가 대장암검진 대장내시경 도입에 대비한 일차의료의 역할과 내시경 질 관리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학회는 특히 내시경을 단순한 검진 행위가 아닌 진료-검사-진단-치료-추적관리로 이어지는 하나의 의료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8년 국가 대장암검진에 대장내시경이 전면 도입될 경우 검사 건수 자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검사 규모 확대만으로 국가검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두고 강준호 부회장은 검진 전문기관 중심의 검사체계가 갖는 한계를 지적했다. 검사를 받은 뒤 결과가 통보되더라도 환자의 실제 진료와 추적관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 대장내시경에서 용종이나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가족력, 복용약 등을 종합해 향후 검사 시기와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강 부회장은 "환자의 만성질환과 복용약, 가족력을 잘 알고 있는 지역사회 단골 의사가 검사 전 위험도를 평가하고 검사 후 이상 소견에 따른 장기적인 관리계획까지 세우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시경을 검진기관에서 한 번 받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일차의료 진료체계 안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의미다.

김상진 홍보이사도 "환자 입장에서는 평소 자주 찾는 단골 의사에게 내시경을 받고 지속적으로 관리받는 것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일차의료 의사들의 내시경 전문성과 질을 높이는 것이 학회의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내시경 인증의 시험' 도입

학회는 내시경 질 관리 강화를 위해 내년부터 자체적인 '내시경 인증의 시험'을 도입한다. 현재도 교육 이수와 평점, 서티피케이트 발급 등을 통해 내시경 역량을 관리하고 있지만, 단순히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실제 임상 역량과 지식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언숙 회장은 "기존에도 서티피케이트 발급과 검증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지만, 단순 교육 이수와 평점 취득을 넘어 제대로 된 교육과 충분한 지식을 검증하는 절차를 추가해 내년에 인증의 시험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실력 있는 일차의료 의사들이 질 높은 내시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인증제도를 가정의학과에만 한정하지 않고 내시경 질 관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일차의료 의사에게 개방할 방침이다.

"특정 학회 중심 평가 기준 바꿔야"

국가검진 내시경의 교육·평가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현재 대한가정의학회 인증의로 등록하면 국가검진 인적 평가에서 점수를 인정받고 있지만, 교육 업적 인정 등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향후 평가 기준 개정 과정에서 일차의료 학회의 교육 참여가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강준호 부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국가검진의 내시경 질 관리 기준 자체가 특정 교육기관이나 특정 학회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부회장은 "국가가 제시한 정식 기준을 충족한다면 일차의료 현장의 역량 있는 의사들이 정당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와 공단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장내시경 본사업 전환 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정부가 대장내시경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낮은 합병증 발생률을 근거로 본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정운 부회장은 대장내시경이 천공과 출혈 등의 위험을 동반하는 침습적 검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범사업에서 합병증이 적게 나타난 것은 숙련된 의료진과 특정 대상군을 중심으로 검사가 이뤄진 데 따른 선택 편향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본사업으로 전환돼 10년 주기로 전 국민 대상 검사가 이뤄지면 기저질환자 등 검사에 적절하지 않은 고위험군까지 검사 권리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합병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검사 대상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사를 받아도 되는 환자와 주의가 필요한 환자를 사전에 선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