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내시경학회 50년, '진단' 넘어 치료로…AI·로봇 시대 연다
창립 50주년 맞아 KSGE Days 2026 개최…20개국 182편 초록·700여 명 참여로 국제 위상 확인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반세기 동안 국내 소화기내시경 분야가 걸어온 발전상을 되짚고, 인공지능(AI)과 로봇, 정밀의료로 대표되는 새로운 50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지난 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 'KSGE Days 2026' 개최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회의 50년 성과와 국내 소화기내시경 분야의 주요 현안, 향후 발전 방향을 밝혔다.
KSGE Days 2026은 'Pioneering the Future of Endoscopy: Beyond Limits, Toward Mastery'를 주제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국내외 의료진 약 700명이 참석하며, 해외 참가자만 약 100명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20개국에서 182편의 초록이 접수돼 역대 KSGE Days 가운데 가장 많은 초록 접수 건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143편의 연구가 구연과 비디오, E-포스터 등의 형태로 발표됐다. 유럽소화기내시경학회(ESGE) 차기 회장을 비롯해 일본(JGES), 몽골(MSDE), 태국(TAGE), 대만(DEST) 등 주요 해외 학회 관계자들도 참석해 국내외 전문가 간 학술 교류와 협력을 강화했다.
김현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은 "지난 50년은 단순한 진단을 넘어 조기 암 치료 내시경에 이르기까지 한국 소화기내시경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해 온 역사였다"며 "이는 묵묵히 진료와 연구에 힘써 온 1만여 회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마주할 50년은 AI, 로봇, 정밀의료 등 빠른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삶의 질을 중심에 두고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학회는 지난 50년 동안 국내 소화기내시경 진료의 표준화와 질 향상에도 힘써왔다. 1976년 창립 이후 전문의 자격제도, 우수내시경실 인증제, 내시경 소독 지침 등을 마련하며 내시경 진료의 질 관리와 안전한 검사 환경 구축을 이끌었다. 이 같은 역사를 담은 'KSGE 50주년 기념 내시경 핸드북 및 백서'도 이번 창립 50주년을 계기로 발간했다.
한국의 국가 위암 검진 시스템과 내시경 관리 경험을 해외에 공유하는 작업도 확대하고 있다.
심기남 부회장은 "한국은 국가 주도 위암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위암 발생 빈도에 비해 세계에서 위암 사망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2022년부터 국가 위암 검진을 도입한 몽골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에 한국이 축적한 노하우와 검진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학술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학회 공식 학술지의 역할도 강조했다.
서검석 총무이사는 "현재 '클리니컬 엔도스코피(Clinical Endoscopy·CE)'는 한국뿐 아니라 대만, 태국, 베트남 등의 공식 학술지로도 활용되고 있다"며 "투고 시스템을 개편하고 국내외 심사위원을 보강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내시경 학술지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국내 내시경 관련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도 주요 성과로 꼽혔다. 최혁순 재무이사는 "20년 전만 해도 국내 내시경 의료기기의 95% 이상을 외산에 의존했지만 현재는 스텐트와 각종 기구류뿐 아니라 AI 프로그램과 로봇에 이르기까지 국산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내시경 분야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AI 내시경의 임상 활용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AI 내시경 도입으로 미세한 용종을 발견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발견과 치료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현수 교수는 "AI 도입으로 미세 용종 발견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세 용종 발견 증가가 실제 대장암 사망률 감소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해 학계에서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혁순 재무이사는 "현재 AI 기술은 단순히 용종을 발견하는 수준을 넘어 해당 병변의 악성 여부를 정밀하게 감별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술이 확립되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불필요한 환자 전원을 줄이고 진료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재영 부이사장(차기 이사장)은 AI가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최종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장 부이사장은 "숙련된 전문의는 AI 보조가 없더라도 절제해야 할 선종과 절제하지 않아도 될 과증식성 용종을 감별할 수 있다"며 "AI 프로그램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최종적으로 치료적 개입을 결정하는 것은 의료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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