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관리급여, 과잉진료 억제 넘어 '치료 위축' 논란
도수의학회 "획일적 시간·수가로 다양한 치료 특성 반영 못해"…난이도별 수가체계 마련 시급
치료 제한에 다른 비급여 이동·불법 시술 우려…"연말까지 기다리지 말고 현장 의견 반영해야"
도수치료의 과잉진료를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관리급여' 제도가 시행 두 달여 만에 의료현장에서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치료 횟수와 시간, 수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진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이 도수치료를 축소하거나 다른 비급여 치료로 진료 방향을 전환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도수의학회(회장 김경진)는 6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도수치료의 무분별한 이용은 관리해야 하지만 현재의 관리급여 기준은 정상적인 치료까지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보건당국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도수치료 관리급여는 1회 수가를 4만3850원으로 정하고, 치료 횟수를 원칙적으로 주 2회, 연간 15회로 제한하고 있다.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최대 24회까지 치료할 수 있다.
학회는 문제의 핵심이 단순히 횟수 제한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환자의 질환과 중증도, 치료 목적, 사용되는 기법 등에 따라 도수치료에 필요한 시간과 전문성이 크게 다른데도 이를 하나의 기준과 수가로 묶고 있다는 것이다.
김경진 회장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과 시간, 횟수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현재 고시는 이를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특히 현재 수가로는 실제 진료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의료기관들이 도수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학회 현장에서는 제도 시행 이후 도수치료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뇌졸중이나 사지마비 등 신경계 질환자, 복잡한 관절수술 이후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 소아 재활환자 등은 횟수 제한으로 인해 치료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반면 일반적인 통증 환자의 경우 현행 횟수 기준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있는 만큼,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횟수 제한을 적용하는 방식보다는 치료 대상과 질환 특성을 고려한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게 학회의 주장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로는 낮은 수가와 획일적인 치료시간이 꼽혔다.
이만우 재무이사는 자신의 진료 경험을 예로 들며 "일부 도수치료 기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3~5분 정도 시행해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현재의 시간 기준으로는 비용을 청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직접 치료를 하고도 비용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환자의 상태나 술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간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도수치료를 현실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난이도·치료 특성 반영한 수가체계 필요
이에 따라 학회는 도수치료를 하나의 행위로 묶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치료 난이도와 전문성, 소요시간 등을 고려해 수가와 적용 기준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도수치료는 치료기법에 따라 요구되는 전문성과 난이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특수·단순 도수치료 등 치료 특성에 따라 수가와 적용 기준을 달리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증·만성질환자처럼 장기간 치료가 불가피한 환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예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정부가 협의를 요청한다면 치료 난이도와 시간 등을 고려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과잉진료를 관리하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치료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전문학회와 함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기존 도수치료에서 발생했던 과잉진료 문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과거 실손보험사로부터 도수치료의 적정성에 대한 심사를 의뢰받아 과도한 치료 사례에 삭감 의견을 제시한 경험도 있다"며 "이처럼 현장을 잘 아는 전문성을 제도 설계에 활용했다면 과잉진료를 통제하면서도 정상적인 치료를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수치료 막으니 다른 비급여로 이동…"풍선효과 현실화"
관리급여 시행 이후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로는 '풍선효과'가 지목됐다. 도수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횟수와 기준에 막히면서 다른 통증 관련 비급여 치료로 이동하거나 의료기관이 다른 치료를 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환 대한도수의학회 부회장은 "도수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에서도 제도 시행 과정에서 다른 비급여 치료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우려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 다른 비급여 치료가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밖에서 이뤄지는 불법 시술 가능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가 관련 피해 사례를 접수·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물리치료사가 기존 환자 정보를 활용해 스포츠마사지업소 등에서 도수치료와 유사한 시술을 한 사례가 확인됐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의료기관에서 관리되는 치료가 오히려 제도 밖으로 밀려날 경우 환자 안전이라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환자들이 안전한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수치료를 전문으로 진료해온 의료기관의 경영 환경도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도수의학회 신민철 부회장은 미국 카이로프랙틱 대학 졸업 후 관련 신경학 분야 전문교육을 이수하고 국내에서 약 20년간 도수치료를 중심으로 환자를 진료해왔다. 그러나 관리급여 시행 이후 진료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신 부회장은 "20년 가까이 주사치료 없이 도수치료만 해왔지만 관리급여 시행 이후 결국 주사치료를 시작했다"며 "도수치료만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에게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치료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제도 아래에서는 도수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원의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카이로프랙틱을 비롯해 척추와 관절에 대한 자극을 통해 신경계 변화를 유도하는 다양한 치료 접근법이 존재하는 만큼, 의료 발전을 위해서는 의료진이 여러 치료법을 연구하고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도수의학 역시 다양한 치료영역 가운데 하나인 만큼 환자의 선택권과 의학 발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실제 의료현장에서 지속 가능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급여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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