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 현실화 '9월 승부처'…의료계, 국회 설득 총력
의협·의교협·서울시의사회 잇따라 토론회·건의문…"18개월 현역병과 격차 방치하면 군·지역의료 공백"
공보의 593명으로 37%↓·신규 군의관 304명으로 56%↓…"복무 단축 법안 정기국회서 처리해야"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의료계가 의무복무기간 현실화를 위한 입법 활동과 국회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의학교육협의회, 서울시의사회 등이 잇따라 토론회와 건의문을 통해 복무기간 단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관련 법안 처리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역병 복무기간은 18개월까지 줄어든 반면 군의관과 공보의는 상대적으로 긴 의무복무기간을 적용받으면서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의 지원 기피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이다. 의료계는 단순히 의사들의 복무 부담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군 의료와 농어촌 등 지역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서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 복지위·국방위 동시 공략…9월 11일 국회 토론회
대한의사협회는 군의관과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을 올해 하반기 핵심 정책과제로 정하고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지난 23일 열린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복무기간 단축을 위해 복지부 장관을 만나고 대통령실 협의를 거치는 등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국방위원회에서도 설득을 거쳐 합의점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의 국방의대 설립 추진 의지에 대응해 복무기간 단축을 통한 인력 확보 방안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의협은 오는 9월 1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회 국방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양당 간사 4명이 참석하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군·지역 의료공백 해소 및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현실화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의협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동 주관한다. 주무 부처인 국방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의협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국회 차원의 공감대를 확대하고 관련 법안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 역시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단기복무 장교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단기 복무 장교의 3년 복무 규정은 현역병 복무가 30~36개월이던 과거의 낡은 기준"이라며 "연간 1000~1500명에 달하던 의무 복무 자원이 바닥나 군과 지역 필수의료 공백이 현실화된 만큼 형평성 논리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교협 "복무기간 현실화, 의학교육·수련 연속성 위한 과제"
의학교육계도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 현실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28일 국무총리와 국방부·보건복지부 장관, 국회 국방위원장 및 보건복지위원장에게 군의관과 공보의의 복무기간 현실화와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의교협은 현역병과 군의관·공보의 간 복무기간 격차가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의 병역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역병 복무기간이 18개월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긴 군의관·공보의 의무복무기간이 유지되면서 현역병을 선택하는 의대생이 늘고 있고, 이로 인해 군 의료와 지역 공공의료 인력 확보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교협은 "복무기간 현실화는 특정 직역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국가 의료인력 양성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병역법과 군인사법,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등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 '복무 단축·계급 정상화·전시 의료' 패키지 제안
서울시의사회도 별도의 국회 토론회를 열고 군의관·공보의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오는 9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유용원·한지아 의원 주최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함께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28일 열린 제98차 상임이사회에서 군의관·공보의 제도 개선을 복무기간 단축에만 한정하지 않고 '복무 단축·계급 정상화·전시 의료'의 세 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군사훈련기간을 복무기간에 포함해 실제 전역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군사훈련기간을 24개월 복무기간에 포함해야 복무를 마친 의사가 5월이 아닌 3월에 정상적으로 전공의 수련에 복귀할 수 있다"며 "수련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복무기간 산정 방식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보의의 병적상 계급 문제도 제기했다. 현재 공보의가 이등병으로 분류돼 있는 상황에서는 전시 군 의료체계에 동원될 경우 지휘체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보의의 장교 신분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시 의료체계에 대한 준비도 요구했다. 전시작전계획에 따라 동원되는 민간의료기관이 실제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의료물품 사전 비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공보의 37%↓·군의관 56%↓…'지원 절벽' 현실화
의료계가 복무기간 단축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실제 인력 수급 상황이 있다. 올해 신규 편입된 공보의는 98명으로 전역 인원 450명의 21.8%에 불과했다. 전체 공보의 인원도 593명으로 전년 대비 37.2% 감소했다.
군의관 역시 상황은 심각하다. 올해 신규 군의관 입영 인원은 304명으로 지난해 692명보다 56.1% 줄었다. 이는 올해 전역 예정 군의관 745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신규 유입보다 전역 인원이 많은 구조가 이어질 경우 군 의료와 지역 공공의료의 인력 공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는 이 같은 지원 감소의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로 현역병과 비교해 지나치게 긴 의무복무기간을 꼽고 있다.
특히 의대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할 경우 90% 이상이 군의관 또는 공보의 복무 의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나 복무기간이 지원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의료계는 군의관과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을 단순한 처우 개선이나 의사 개인의 병역 부담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군 의료를 담당할 의사와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에서 근무할 공보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결국 국민이 이용하는 필수의료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계는 9월 예정된 국회 토론회를 계기로 복무기간 현실화에 대한 논의를 입법 단계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의협과 의교협, 서울시의사회 등이 각각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면서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결국 이번 정기국회가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 문제의 제도 개선 여부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의료계는 현역병과의 복무기간 격차를 현실화하고 전공의 수련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군과 지역 필수의료의 인력 공백을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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