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뇌질환 비상"…신경과학회 "국가 뇌건강 전략 시급"

"치료기술 발전만으론 부족…접근성·필수의료 체계 함께 갖춰야"

신경과학회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뇌건강 전략 마련을 촉구했다. 치매와 뇌졸중, 파킨슨병, 뇌전증, 군발두통 등 주요 신경계 질환 치료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들이 적기에 표준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와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신경과학회(이사장 서대원)는 2026년 세계 뇌의 날(World Brain Day)을 맞아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가 누리는 뇌건강(Brain Health and Access for All)'을 주제로 초고령사회 필수 신경의료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학회는 "뇌질환은 더 이상 일부 환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보건의료체계가 책임져야 할 핵심 과제"라며 치료 혁신과 함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대원 이사장은 "초고령사회에서 뇌질환은 국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치료기술의 발전만큼 치료 접근성과 필수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매 치료, '완치'보다 일상 유지가 목표

김희진 한양대병원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가 증상 완화 중심에서 질병 진행을 늦추는 질병조절치료(DMT)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약은 일부 초기 환자에게만 적용 가능한 만큼 조기 진단과 적절한 환자 선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약물치료뿐 아니라 인지재활과 보호자 지원,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결합한 통합치료를 통해 환자의 독립적인 생활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치매 치료의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교수는 2050년 국내 뇌졸중 환자가 현재의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뇌졸중은 치료가 단 몇 분만 늦어져도 심각한 장애와 사망 위험이 커지는 대표적인 응급질환이지만 지역별 의료격차와 전문인력 부족으로 골든타임 치료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권역응급의료센터 신경과 전문인력 확충과 지역 간 신속한 전원체계 구축 등 국가 차원의 뇌졸중 치료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파킨슨병, 해외 표준치료 국내 도입은 여전히 지연

권도영 고려대안산병원 교수는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는 다양한 파킨슨병 치료제가 국내에서는 약가와 급여 문제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은 환자마다 약효 지속시간과 약물 흡수 특성이 달라 다양한 제형과 투여방법이 필요하지만 국내 환자들은 치료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필수 치료제의 신속한 허가와 급여평가 개선을 통해 환자 중심 치료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경진 경희대병원 교수는 응급 뇌전증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항발작 주사제 공급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는 상황을 심각한 국가 필수의료 위기로 규정했다.

디아제팜주와 페니토인주에 이어 포스페니토인주까지 공급 중단이 예정되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표준치료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황 교수는 국가필수의약품 지정과 함께 약가 현실화, 중앙 비축시스템 구축, 공급 중단 사전예고제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군발두통, 국제 표준치료가 보험 밖에 있다

조수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교수는 국제 진료지침에서 1차 치료로 권고하는 재택 고유량 산소치료가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의료기기 허가가 완료된 만큼 군발두통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하고 신경과 전문의가 처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범 서울신내의원 원장은 초고령사회에서는 병원 치료만으로는 환자의 삶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퇴원 후 1~3개월 동안의 재택의료가 기능 유지와 재입원 감소에 중요한 만큼 병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유진료 모델과 방문진료, 다학제 협력, 퇴원관리 등을 반영한 새로운 수가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치매 등 신경계 질환 조기진단 및 치료 접근성 강화 ▲뇌졸중 응급치료 안전망 구축 ▲파킨슨병 치료제 신속 도입 ▲뇌전증 필수 응급의약품 공급체계 구축 ▲군발두통 재택 산소치료 건강보험 적용 ▲지역사회 기반 재택의료와 통합돌봄 확대 등을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학회는 "초고령사회에서 치료기술의 발전만큼 중요한 것은 국민 누구나 적절한 시기에 표준 신경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환자단체와 협력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마련에 지속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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