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넘었다고 PSA 검사 막나"… 비뇨의학과의사회, '저가치의료' 지정 반발

"전립선암 조기진단, 나이 아닌 기대수명과 건강상태로 판단해야"
"고령 남성 PSA 검사 일률 규제 의료 현실 외면한 행정 편의주의"

정부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저가치의료 후보지표에 '75세 이상 남성의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포함한 것을 두고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립선암 조기진단 기회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며 "PSA 검사의 가치는 연령이 아니라 환자의 기대수명과 건강 상태, 위험도, 환자 의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회장 문기혁)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해 저가치의료 측정지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75세 이상 남성 PSA 검사'를 후보지표에 포함한 것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의사회는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암 조기진단을 위한 검사를 단순 연령 기준만으로 저가치의료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PSA 검사는 무조건 시행해야 하는 검사도 아니지만, 75세를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검사 역시 아니다"라며 "의학적 판단은 주민등록상 나이가 아니라 기대수명, 전신 건강 상태, 가족력, PSA 수치 변화, 증상, 직장수지검사 결과, 환자 선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후보지표가 향후 급여기준이나 적정성평가, 의료이용 모니터링 정책으로 확대될 경우 의료현장에 위축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실제 청구자료만으로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기대수명, 가족력, PSA 상승 추세, 의사와 환자의 공유 의사결정 과정 등을 파악할 수 없다"며 "현장에서는 '75세 이상 PSA 검사'라는 지표명 자체가 검사 억제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령 남성의 기대수명을 고려할 때 연령만으로 선별검사 필요성을 배제하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통계청 생명표에 따르면 65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18.6년, 80세 남성도 8.2년에 달한다. 건강한 75세 이상 남성 상당수는 전립선암 조기진단을 통해 충분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100세 시대 의료정책은 나이가 아니라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건강한 75세 남성과 중증 만성질환으로 기대수명이 제한된 환자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의학적 접근이 아닌 행정 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국제 가이드라인 역시 연령보다는 개별화된 판단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비뇨의학회(AUA)는 75세 이상에서도 기대수명이 10년 이상인 건강한 환자의 경우 환자와 의료진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2~4년 간격으로 PSA 검사를 지속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유럽비뇨의학회(EAU) 역시 기대수명과 전신 건강상태, 동반질환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전립선암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전립선암 신규 환자는 2만2640명으로 남성암 발생 1위를 기록했다. 환자의 59% 이상이 70대 이상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 연구에서는 진단 당시 환자의 절반 이상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문기혁 회장은 "정책은 숫자를 보지만 의사는 사람을 진료한다"며 "청구자료 한 줄로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가치관, 기대수명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75세 이상 PSA 검사를 일률적으로 저가치의료로 낙인찍는 순간 일부 건강한 고령 남성은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과연 정책 입안자들의 부모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에 해당 후보지표의 정책화를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전립선암 병력이나 가족력, PSA 상승 추적 관찰이 필요한 경우, 기대수명이 충분한 건강한 고령자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예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불필요한 의료를 줄이는 것과 필요한 조기진단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건강한 고령 남성에게 전립선암 조기진단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낭비가 아닌 고가치 의료"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75세 이상'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PSA 검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접근을 중단하고, 전문가 단체와 함께 초고령사회 현실에 맞는 한국형 PSA 선별검사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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