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장암·부정맥 잡는다… 스마트병원 시대 '성큼'

진단 정확도 높이고 환자 안전 강화…의료 패러다임 변화 가속

인공지능(AI)이 의료 현장의 진단과 환자 관리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AI 대장내시경이 미세 용종까지 실시간으로 찾아내고, 웨어러블 심전도기가 일반 병동에서도 24시간 심장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등 첨단 기술이 병원 곳곳에 도입되면서 스마트병원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AI는 이제 단순한 디지털 도구를 넘어 의료진의 진단을 지원하고 환자 안전을 강화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의료기관들은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병원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면서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과 업무 효율성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모습이다.

스마트병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AI 대장내시경이 꼽힌다. 최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AI 대장내시경은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내시경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용종이 의심되는 부위를 즉시 표시해준다.

대장암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암 가운데 하나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31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한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방과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대장암의 전 단계인 용종이 크기가 작거나 평평한 형태로 자라는 경우가 많아 숙련된 의료진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내시경 검사는 장시간 집중력을 요구하는 검사인 만큼 미세 병변을 놓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AI 대장내시경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다. 용종이 의심되는 부위를 화면에 표시하고 경고음을 통해 의료진에게 알림을 제공함으로써 병변 발견율을 높인다. 장액이나 혈액, 음식물 잔여물 등으로 시야가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판독을 지원해 검사 품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병원장인 박재석 전문의는 "대장암은 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며 "AI 대장내시경은 검사 정확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조직 절제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며, 의료진의 숙련도 차이에 따른 편차를 줄여주는 새로운 진단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반 환자 모니터링 기술도 스마트병원 구현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웨어러블 심전도기와 AI 분석 시스템을 결합한 솔루션은 일반 병동에서도 환자의 심장 상태를 24시간 연속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가 착용한 무선 심전도 기기를 통해 수집된 생체 신호는 AI 알고리즘이 실시간 분석하며,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의료진에게 전달된다.

이러한 기술은 특히 부정맥 환자 관리에 효과적이다. 심방세동이나 심실빈맥과 같은 부정맥은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짧은 시간 동안 시행하는 일반 검사만으로는 진단이 쉽지 않다.

하지만 부정맥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뇌졸중, 심부전, 심정지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이러한 모니터링이 중환자실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웨어러블 기기와 AI 기술의 발전으로 일반 병동에서도 중환자실 수준의 감시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순환기내과 최규영 전문의는 "웨어러블 심전도기를 활용한 장기 모니터링은 기존 홀터 심전도 검사보다 심방세동 검출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부정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간 연속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