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의 사망 이후까지 보험료 전액을 부과하는 현 제도는 행정 편의를 이유로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비상식적이고 비인도적인 처사다."
내과의사들이 사망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에게도 사망 이후 한 달 치 보험료를 전액 부과하는 현 제도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단 하루만 생존하더라도 한 달 치 보험료를 내야 하는 제도는 국민 감정과 현실에 맞지 않는 행정 편의주의의 전형이라는 이유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는 22일 "건강보험공단이 월 단위 부과 원칙을 내세워 사망자의 보험료를 전액 청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기관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며 "이러한 제도 자체는 유족을 두 번 울리는 비상식적인 행정이다. 즉각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69조에 따르면 보험료는 '월 단위'로 부과된다. 이 때문에 가입자가 5월 1일 사망하더라도, 유족은 5월 한 달 전체에 대한 보험료를 고스란히 납부해야 한다. 또 고인을 떠나보낸 유족에게는 사망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보험료 고지서가 날아들면서, 감정적 충격과 경제적 부담이 이중으로 가해지는 상황이다.
내과의사회에 따르면 이러한 제도 아래 건보공단은 2024년 한 해에만 약 30만명의 사망자에게서 22억5000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징수했다. 이는 사실상 사망자에게도 생전과 동일한 금전적 의무를 부과하고, 유족에게 고통을 강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2015년 이후 건강보험 가입자의 사망 시 지급되던 '장제비' 제도는 폐지하면서 보험료는 온전히 청구하는 것만 보더라도 형평성과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제도 운영이라고 꼬집었다.
내과의사회는 "최근 공단이 심평원과 경쟁하듯 '적정진료'라는 모호한 개념을 앞세워 의료 현장을 압박하고 있다"며 "정작 본연의 책임은 소홀히 한 채 국민과 의료인을 억압해 오던 일을 멈추고, 본연의 업무부터 제대로 수행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할 계산 방식은 행정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제도 개선을 외면하면서 국민의 기본권보다 행정 편의를 우선시하는 운영 방식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공단은 보험료 징수에 앞서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우선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한내과의사회는 △사망자에 대한 보험료 일할 계산 방식 즉각 도입 △행정 편의를 앞세운 제도 관행 철폐 ▲△지된 장제비 제도를 대체할 유족 지원책 마련 등 세 가지 사항을 강력히 촉구했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은 국민 모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공공제도"라며 "그 공공성이 훼손될 때 국민의 신뢰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제도의 정의와 형평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책임 있는 운영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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