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의사들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다. 미국에 이민 간 우리나라 사람들은 막노동부터 시작해 사업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을 나와 미국이 실시하는 외국의대 졸업자 대상 시험에 합격하면 미국에서도 존경받는 의사가 될 수 있다. 많은 교육이 필요한 법률직, 교직과 함께 의료직인 의사는 존경받는 전문직(Profession)으로 사소한 교통사고나 주차위반은 봐주기도 한다.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사는 환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적당히 의료보수를 받는 관행이 있었다. 이런 전통은 따져보면 히포크라테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말까지는 의료비를 가지고 의사들이 시비하는 일은 없었다.
자본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의사들도 돈과 수입에 집착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의사협회는 이제 더이상 존경받는 전문인단체가 아니다. 자기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노동조합으로 전락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의사의 오래된 윤리의식과 직업윤리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의과대학에 합격하고도 정부의 의사증원정책에 반대해 휴학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것 같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나는 대학에 있을 때 여러 분야 어른들과 만난 적이 있다. 명강의로 유명했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황산덕 교수는 법철학을 강의하면서 변호사들의 지나친 경제욕을 나무랐던 기억이 난다. 다시 말하지만, 의사에게는 직업윤리가 있고 이와 같은 전통을 이어갈 의(醫)철학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도득기정(道得基精) 의득기조(醫得基粗)의 겸손한 생각을 지니라고 했다.
최근의 의정갈등을 보며 느낀 바가 많다. 우리나라에 종두법 보급을 위해 큰 공헌을 했고 한국에 처음으로 의학교(경성의학교)를 세워 초대 교장을 지냈던 지석영 선생이나 부산 복음병원을 설립해 초대원장을 역임했던 '청빈과 봉사의 삶'으로 잘 알려진 장기려 박사가 환생한다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다시 한번 권고하지만 젊은 의사들이 의사의 고귀한 전통과 역사를 유지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의료에 대한 필수적인 욕구가 유효수요가 되고 있는 건강보험 시대에는 의사가 많아진다 해도 의사들의 생활은 보장될 것이다. 건강보험이 확대될수록 그 경향은 짙어질 것이다.
모두 장기려 박사같이 오로지 환자만을 돌보는 사람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의사의 직업윤리가 지켜져, 의료계 문제가 더이상 TV 뉴스에 나오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 의사의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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