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증원 비대위 구성… '투쟁 전면전'

회장 선거 연기 안건은 선관위에 의견 전달… 의협 회장 차기후보들도 운영위 결정에 동의

정부가 2025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의료계가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경고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정했다. 

다만, 비대위를 이끌 위원장의 경우 긴급 상황인 만큼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선출하기로 정해졌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의협 지하 1층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번 임총 부의안건은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대위 설치 △비대위원장 선출의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위임 △제42대 회장 선거 무기한 연기 등 3건이다.

이날 박성민 의장은 "의협 역사에 정부의 정책 방향으로 협회의 수장이 사퇴하는 참담한 상황이 닥쳤다"며 "끌어오르는 분노와 참담함으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치욕스러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또 "국민 생명과 건강증진을 위해 의료현장에서 땀흘리며 오직 환자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의사가 사회적으로 핍박받는 나라가 이 세상 천지에 어디냐 있냐"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 긴급하게 모여 의사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의료 역사에 닥친 가장 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비대위를 구성하고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강력한 투쟁으로 정부의 도만과 독선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임총에 따라 탄생할 비대위는 정권을 가지고 '의사 죽이기'에 나선 정부에 맞서 강력하게 투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재적 대의원 242명 중 대의원 170명이 참석해 임시대의원총회가 성립됐다. 

먼저 첫 번째 안건으로 올라온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대위 설치의 건'은 재적 대의원 170명 중 130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또 두 번째 안건인 비대위원장 선출 방법에 대한 논의는 '대의원 직선제'와 '운영위 위임' 방식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표결이 진행됐다. 

이를 두고 김성배 대의원은 "직전 비대위인 '간호법, 면허 박탈법 비대위'가 비대위원장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대의원 문자투표로 잘 선출한 경험이 있다. 그에 대한 정당성도 잘 확보했던 것 같다"며 "이번에도 전례를 존중해서 빠른 시일 내에 전 대의원이 직접 투표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동욱 대의원은 "정부가 갑자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고 발표하면서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비대위원장이 영광스러운 자리도 아니고, 굉장히 무겁고 어려운 자리라서 삼고초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또 상황이 긴박하게 경선을 하면 서로 분열만 일으킨다. 이 때문에 운영위에 위임에 결정하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의원 역시 "바로 명절이 있다보니 다음주까지 불과 5~6일 정도의 시간밖에 없다. 직선투료를 하면 시간을 너무 버리게 된다"며 "비대위원장이 투표를 통해 당선되더라도 결정나는 것은 빨라도 일요일이 될 것이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사회에 강력 투쟁에 대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며 운영위에 위임을 찬성한다고 말했다.

표결 결과 재적 대의원 183명 중 직선제 찬성하는 대의원은 55명, 운영위원회에 위임해 선출하자는 의견에 대해 대의원 75명이 찬성해 비대위원장은 운영위가 선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특히 이날 3번째 안건인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를 무기한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의장은 "의협 회장 연기 문제는 대의원총회 의결 사항이 아니다. 그런데도 안건으로 올린 이유는 대의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며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안건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의원들은 안건 철회에 반대했으며, 찬반 표결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정관상 안건을 처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의원들의 의견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한편 이날 차기 의협회장 후보들로 거론되는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운용 부산경남대표,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 등도 참석해 비대위원장 선출건 등 운영위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 "비대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의협 회장 선거 연기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보들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운영위에서 위원장을 선출하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참담한 심정이다. 정부가 의협을 패싱한 상태에서 의대증원에 대해 강력 저항할 것"이라며 "각 후보들이 의대증원 저지에 비대위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선관위와대의원회와 함께 선거 등의 결정은 따르겠다"고 전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우리가 굉장히 큰 난관을 앞에 두고 선배들이 해야할 일은 아주 명확하다"며 "우리의 모든 것을 던져 후배들을 외롭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운용 부산·경남 지부 대표는 "국회의원 선거가 4월이다. 총선까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을 겨냥해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며 "다만, 대규모 파업부터 하면 여론전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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