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차세대 먹거리 급부상… 대기업 진출 러시

[창간56주년 기획1 / 미래로 진화하는 제약바이오]

신약후보 물질 기술수출 활기 제약강국 진입 가능성 제시

자본력 앞세워 투자·인수합병 신약개발 역량 강화에도 사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에 맞물려 제약바이오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되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스마트폰 등 각종 분
야에서 세계적인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국내 제약산업 특히 신약개발 분야에서의 글로벌 수준과는 격차가 큰 현실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는 자본력 부족을 들 수 있다. 기술력이 있음에도 중도에 기술이전을 하거나 개발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성공 경험 축적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약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연간 수조원을 넘는 신약 기술수출을 성공시키면서 제약강국으로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점은 주목할 일이다. 약 14조원 규모의 신약 후보물질이 글로벌 기술수출과 더불어 미국 FDA, 유럽 EMA에서 다수 허가를 획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영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는 한편 해외무대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공격적 R&D 투자·해외로 영역 확장

LG화학은 풍부한 자금을 앞세워 생명과학사업부 R&D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3100억원을 R&D에 항암 및 당뇨·대사 영역에 집중해 혁신 신약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현재 LG화학은 임상 1상 이상 단계에 진입한 글로벌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10개를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AI) 적용 등 연구개발을 가속화해 오는 2030년까지 23개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2개 이상 혁신 신약을 미국, 유럽 등에서 상업화하고 2030년 글로벌 신약으로 매출 1조원의 목표를 세웠다.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한미약품의 롤론티스 등은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준비하며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출시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는 연내 미국 FDA 승인이 기대된다.

국산 신약 31호인 렉라자는 1∼2세대 EGFR 표적 치료제를 복용하며 생긴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3세대 표적 치료제다. 유한양행의 공동개발사인 얀센이 렉라자와 '리브레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글로벌 병용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어 글로벌 상업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의 신약 2종도 미국시장 진출이 임박한 상황이다. FDA는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와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포지오티닙'의 시판허가 여부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FDA의 시판허가가 나면 롤론티스는 3조원대에 달하는 미국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미 국내에선 지난해 3월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고,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

HK이노엔은 국내 30호 신약인 '케이캡'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 케이캡의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세계 4위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인 인도에도 진출한다. 인도의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9000억원으로, 중국(3조1000억원), 미국(2조8000억원), 일본(2조1000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정'(성분명 펙수프라잔염산염)을 중국 제약사 상해하이니에 38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했다. 현재 현지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며, 내년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엔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품목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다. 펙수클루정은 지난해 12월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 상반기 내에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부가가치율 높은 제약바이오산업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육성을 목표로 제약바이오 산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이 제약바이오산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여타 분야 비해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산업는 2027년까지 연평균 7.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예상 시장 규모를 보면, 항암제 시장은 3060억달러(342조원), 면역치료제는 1780억달러(212조원), 당뇨치료제는 1730억달러(206조원), 신경치료제는 1510억달러(180조원)에 달한다. 

이들 대기업들은 그룹 차원의 직접적 투자와 적극적인 인수합병, 그리고 기존 스타트업·벤처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신약개발 등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진출하면 전체적인 산업의 위상이 커질 것이고,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목소리를 키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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