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항암제부터 난공불락 치매약까지 개발 속도전

[창간56주년 기획1 / 미래로 진화하는 제약바이오] 첨단치료제 개발 현황과 전망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옵디보·티센트릭 3파전
국내 임상승인 전년비 31% 늘어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인체 면역체계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해 공격하도록 하는 약물이다. 특정 표적이 없어도 사용이 가능하며, 면역체계를 통해 작용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면역항암제는 1~3세대로 구분되는 항암제 중 효과와 안전성이 극대화된 가장 최신의 항암제다.
1세대 항암치료제로 말 그대로 강력한 화학 약품을 사용해 몸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세포를 직접 공격해 제거하는 치료제다. 대체로 암 세포들이 다른 세포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증식하기 때문에 항암 치료로 많이 사용된다. 다만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여러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한계가 있다.

90년대 말 등장한 2세대 표적 항암제는 특정 암세포만을 집중 공격해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여 1세대 항암제의 한계를 보완했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들만 치료할 수 있고 내성이 생겨 재발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지적된다.

3세대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용해 1, 2세대 항암제의 단점을 모두 보완한 '차세대 항암제'로 평가받는다. 면역체계를 강화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으로 부작용이 적으며 암 종류에 상관없이 광범위한 효과를 내고 투약을 중단해도 면역체계가 기억해 암세포를 계속 공격함으로써 장기 생존율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말기 암 환자의 20∼30%에서 기존 치료법에 반응을 보이지않는 암들에도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등장 전까지 폐암의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중 'EGFR 또는 ALK 유전자 변이'가 없어 표적항암제를 쓸 수 없는 말기 폐암 환자들의 경우 일반 화학항암제가 유일한 치료 옵션이었다.

일반 항암제는 전신 부작용을 동반하고 장기 생존율도 낮은 편이다. 2015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폐암의 5년 생존율은 6.1%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미국종양학회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진단 후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로 1차 치료를 한 환자의 절반가량(48%)이 4년 후에도 생존한 것으로 나타
났다. 또 일반 항암제 사용 환자의 생존 기간(평균 14.2개월)에 비해 면역 항암제 사용자의 생존 기간(평균 30개월)이 2배 이상 연장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간 다국적제약사들의 점유 속에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도 면역 항암제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간 10%대의 고성장을 이어가는 항암제 시장의 높은 장래성에 주목하고, 해외 AI기반 벤처부터 빅파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트너들과 공동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역항암제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89건으로 전년보다 30.9% 늘었다. 면역항암제는 처음에는 치료 대상이 악성 흑색종뿐이었지만 지금은 폐암 방광암 두경부암 신장암 림프종 위암 등 7개 암종으로 확대됐다. 

국내에는 키트루다와 옵디보, 티센트릭 3종류가 허가돼 쓰이고 있다. 다만 아직 2차 치료제로 쓰이거나 일부 말기 암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돼 건보 확대를 통한 환자 치료비 부담을 덜어줄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글로벌 시장 보고서 TBRC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은 2021년 603억2000만 달러(한화 약 76조4000억원)에서 2022년 705억9000만 달러(약 89조원)로 17.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치료제(알츠하이머)

글로벌 제약업계의 최대 격전 분야중 하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다. 미국 바이오업체 바이오젠사가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이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FDA가 승인한 첫 번째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2003년 이후 약 20년 만에 승인된 것으로 증상 완화에 그쳤던 기존의 치료제와 달리 병의 진행 과정을 늦추는 효능을 입증하며 승인 당시 '난공불락'이라 여겨졌던 치매 치료에 한발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두헬룸 개발 이전까지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았던 알츠하이머 신약은 5종으로 그 중 현재 시판되고 있는 것은 △에자이 '아리셉트(도네페질)' △노바티스 '엑셀론(리바스티그민)' △얀센 '라자딘(갈란타민)' △머크 '나멘다(메만틴)' 등 총 4종이다.

모두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의 치료제들로 단기적인 증상완화제일 뿐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제로 보기는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환자들의 뇌 조직에서 치매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플라그를 제거하면 치매가 근원적으로 치료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개발된 아두헬룸이 FDA 조건부 승인을 받으며 새로운 방향의 알츠하이머 치료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
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작년 12월 유럽 승인을 거절당한 데 이어 지난달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신청을 자진 철회하며 아두헬룸이 고가의 치료비와 부작용 위험성 대비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아두헬룸은 승인 후 효능 논란이 이어지며 시장 안착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아두헬룸이 EMA 허가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데다 조건부 승인으로 FDA 허가를 받은 만큼 추가 임상시험(4상)을 통해 효과를 인정받지 못하면 시장 퇴출 위험도 있다.

최근 미국 보험급여를 결정하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도 아두헬룸 보험적용자를 임상참여자에 한정시키며 사실상 상용화 불가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기대를 모았던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부진한 성과에 차세대 알츠하이머 치료제 자리를 차지할 신약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오는 2024년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126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개발사 중에서는 아리바이오, 젬백스 등이 선두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치매 치료제 'AR1001'의 미국 임상 2상을 마치고 최근 글로벌 임상 3상에 착수한 아리바이오는 신경세포를 늘려주고 신경세포 연결을 방해하는 단백질은 없애는 방식으로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미국 21개 임상센터에서 진행된 임상 2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 인지기능 평가지표에서 약효를 입증받았다.

아리바이오는 최근 삼진제약과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며 지난해 준공한 삼진제약 마곡연구센터
의 최첨단 시설과 연구 인프라를 활용,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젬백스는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중등도에서 중증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GV1001'의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주'와 동일한 성분인 GV1001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용도를 변경해 개발되고 있다. 임상 2상 결과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으며 국내 임상 3상은 50여개 병원에서 중등도 및 중증의 알츠하이머병 환자 9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일동제약도 지난 2019년 8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에 대한 IND 승인을 획득했으나 임상 대상자 모집 등에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는 임상 3상을 종료,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이밖에 바이오벤처 '메디프론'이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국내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샤페론'은 작년 12월 식약처로부터 경구용 치매치료제 '누세린' 임상 1상 IND를 승인 받고 임상을 준비 중이다.

한편 일라이 릴리는 작년 10월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도나네맙'의 신약 승인 신청서를 미국 FDA에 제출,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FDA 승인 결과는 올해 하반기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작년 9월 아두카누맙·도나네맙과 동일 계열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카네맙' 신속 승인을 FDA에 신청한 바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는 살아있는 자가, 동종, 이종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증식하거나 선별하는 등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방법으로 조작해 제조하는 의약품이다. 

유전자치료제는 유전물질이 변형되거나 도입된 세포 중 어느 하나를 함유한 의약품을 말하는데 치료법이 없는 희귀·유전 질환이나 기본 치료법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은 퇴행성·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높여줄 제약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전세계 최초로 노바티스의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를 CAR-T 치료제로 승인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T세포에 암 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전 정보를 주입해 암 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기전을 가진 것으로, 현재 세포 기반 면역 항암제 연구·개발 분야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다. 약 50% 이상 아웃소싱 위주의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산업 성장과 함께 관련 생산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CDMO 시장으로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총 18개 품목으로, 대부분 세포치료제 분야에 해당된다. 15개 품목이 GC셀, 메디포스트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제품이며,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 8월 15개의 세포치료제 품목이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재허가를 받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승인된 유전자치료제는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 9개를 포함해 총 16개이며, 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유전자변형 세포치료제 포함)은 2014년 이후 급격히 증가해 2022년 2월 기준 1526개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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