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AI닥터' 개발…환자 맞춤형 진료 실현

[창간 51주년 특별기획 2/ 4차 산업혁명과 보건산업의 미래] 이상헌 고려대안암병원 연구부원장

<차세대 첨단 의료기술의 활용>

최근 의료계에선 ‘AI 항생제 어드바이저 에이브릴(Aibril)’ 개발협약을 체결했다. 에이브릴은 환자의 증상과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항생제의 종류, 처방방법, 주기, 추천근거 등을 의료진에게 제공함으로써 항생제 스튜어드쉽(stewardship)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의료장비 진화에서 첨단의료 구현 시작

특히 기존 환자의 치료 케이스, 노하우는 물론 최신 국내외 논문, 가이드라인, 약품정보, 보험정보 등을 모두 신속하게 학습해 활용하기 때문에 적절히 항생제를 사용해, 오남용과 내성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으니, 왓슨 온콜로지에 이어 항생제에 있어서도 AI 로봇의 도움을 받는 날이 멀지 않았다.

AI 항생제 어드바이저 뿐만 아니라 차세대 유전자검사 및 치료, 증강현실(AR)을 이용한 보조수술,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의료, 클라우드 기반의 병원정보시스템, 등 첨단의료기술 및 시스템에 대한 연구개발이 최근 들어 매우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과 접목된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의료계에도 거세게 불어 닥치며, 의학의 발전과 의료장비의 진화를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첨단의료가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첨단 의료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걸까? 의료수준의 향상을 통해 환자에게 더 뛰어난 의료술기를 제공하고, 첨단 장비를 통해 더욱 정밀한 검사와 수술을 빠르게 해 내는 것일까. 편리한 병원환경에서 환자가 손쉽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려는 걸까.

물론 이런 점들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AI 항생제 어드바이저를 개발하고, 정밀의료를 구현하며, 새로운 병원 정보시스템 개발에 나서는 또 다른 큰 이유는  환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진료를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진료실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 중에 하나가 ‘일반적으로는 이렇지만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이다.

아직은 우리가 항암제를 쓸 때 이 항암제가 환자의 암세포를 제거하는데  얼마나 잘 작동을 하는 지는  써본 후에야 알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수술을 하거나 마취를 할 때, 조영제를 투여하거나 병원에서 이뤄지는 여러 가지 검사와 치료를 실시할 때도 ‘개인에 따라 다른’ 부분들을 꼭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는다.

즉 환자 개개인에 따라 의료진도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의료인으로써는 의료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의료 한계 극복…완치 가능성 향상

하지만 우리가 현재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밀의료 연구개발들이 임상에서 실현된다면 이러한 위험성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완치의 가능성과 안전성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차세대 유전자 검사는 개개인의 유전자에 따른 질병의 원인을 규명해 이에 맞는 개개인 맟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또 암 정밀의료는 암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과 항암제를 추천하게 할 것이다. AI 항생제 어드바이저는 첨단 항생제 스튜어드쉽을 통해 그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항생제 처방이 가능하도록 돕고, 항생제의 오남용을 최소화 하게 할 것이다. 증강현실보조수술은 환자 개개인에게 특화된 수술이 가능하도록 의료진을 지원할 것이고, 클라우드 기반의 병원정보시스템은 평상시 환자의 건강관리까지 가능토록 해 질병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도 정부가 주도해 데이터 기반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까지 107억원을 들여 'PHR(personal health record)'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 대학병원들과 '자율지능 동반자 기술연구'로 한국형 'AI닥터' 개발에 착수했다. 

'PHR'은 초기단계이지만, 이미 가입한 환자들에게는 진료 후 맞춤 의료컨텐츠 동영상이 전달된다. 만성질환자들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평상시의 혈압, 운동 거리 등 라이프 스타일이 체크돼 병원의 OCS(처방전달시스템)에 기록이 전달, 진료할 때 의료진이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개인 맞춤형 질병 예방관리와 진료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첨단의료의 발전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고 있다. 보행보조로봇과 배설케어로봇이 보행장애 환자에게 활용돼 재활치료를 돕고 있다.

또 마취심도모니터, 자동약물주입기 등 다양한 기기들이 개발돼 첨단의료기기가 환자 맞춤형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잘 정제된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의료진이 환자를 위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의사를 도와 진료를 지원하는 의료용 챗봇도 미래부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첨단 의료기술의 발전은 의료진이 맞닥뜨리는 수 많은 환자, 셀 수 없이 많은 질병, 그것보다 더 방대한 치료방법들과 같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택의 가짓수에서 오직 누군가를 위한 가장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또 도울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새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목적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있지 않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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