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의 핵심 '인공지능'>
지난 1세기 동안 질병에 관한 치료법이 발전했지만 그 보다 환자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과 데이터의 양은 더욱 증가했다. 데이터 수집 관점에서 볼 때 의학은 지난 1세기 동안 청진기의 시대에서 진단 및 영상의학의 시대를 거쳐 유전체와 빅데이터의 시대에 진입했다.
정밀의료는 데이터 기반 의료이다. 데이터 분석은 모든 의사에게 필수적인 요소이다. 의사는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치료를 위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정밀의료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인공지능은 데이터 과학의 도구이다. 따라서 정밀의료가 데이터 기반 의료라면 인공지능과 정밀의료의 결합은 필연적이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60년이 넘으며 데이터를 단순처리하는 제어프로그램(인공지능 세탁기)에서 좀더 복잡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고전적 인공지능(청소 로봇), 기계학습, 최근 화두가 되는 딥러닝이 모두 인공지능의 범주에 해당된다.
인공지능 솔루션 '왓슨' 화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 솔루션인 IBM 왓슨포온콜로지(WfO)를 언급해 본다. WfO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플랫폼과 데이터이다. IBM Watson은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또는 인지컴퓨팅 플랫폼을 말한다. WfO를 개발하기 위해 이 인공지능 플랫폼에 암치료와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학습시켰고, 최종적으로는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SKCC)의 암치료 데이터에 최적화시켰다.
요컨대 WfO는 MSKCC에서 내리는 치료의사결정과 동일한 결정을 내리도록 훈련된 인공지능 솔루션이며, 새로운 연구결과와 약물, 치료방침 도입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WfO는 특정 암환자가 MSKCC에 갔을 때 그 곳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추천한다. IBM에 따르면 WfO의 추천 옵션과 MSKCC에서 이뤄지고 있는 치료는 99.9% 일치한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인도 마니팔 병원과 WfO의 일치율 비교 데이터를 WfO의 ‘실력’의 간접적 평가로 접근하는 것은 큰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인도 마니팔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암치료 옵션과 WfO의 추천을 비교하는 것은 '의사 대 인공지능'의 비교가 아니라 마니팔 병원 특이적 치료 패턴과 MSKCC의 치료 패턴을 비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폐암의 경우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고가의 표적치료제가 다수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나라에서는 효과는 떨어지지만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경우 당연히 WfO의 추천 옵션과 해당 병원 암치료 옵션과의 일치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데이터 과학의 도구 'AI'
WfO와 같은 인공지능 솔루션 도입을 좀더 큰 틀에서 어떻게 비춰 볼 필요가 있는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학은 데이터 과학이며 인공지능은 데이터 과학의 도구이다.
WfO만 보더라도 대단히 복잡하고 빠르게 진보하는 암치료에 관해 데이터 과학적인 솔루션을 인공지능 기반으로 도출한 것이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분야가 많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며 바로 그러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이다. 다만 의료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대가 열렸을 뿐이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창립자이자 실리콘밸리의 IT 구루 중 한 명인 비노드 코슬라는 “앞으로 10년 간은 의학에서 데이터 과학과 소프트웨어의 기여가 생물학 모든 분야의 기여보다 더 클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인공지능이 의사의 위치를 위협하거나 수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인공지능을 통해 개별 의사의 역량이 확대될 수 있다.
헬스케어 IT 인프라 측면에서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앞서 있고, 또한 우수한 의료 인력이 포진해 있는 한국이 인공지능을 통해 정밀의료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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