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캄보디아에서 온 쌈낭(Khet Samnang)은 같은 14개월 아이인데도 몸무게가 겨우 7kg남짓, 서는 것은 물론 스스로 앉지도 못한 채 누워있기만 했다. 순해서 잘 울지도 않고, 울다가도 금방 그치고 배시시 웃는 미소가 오히려 힘이 없어 보이기만 했다. 쌈낭은 태어날 때부터 항문이 없는 쇄항(선천성 항문 막힘증)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쇄항 아이는 보통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통해 항문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자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열악한 의료환경과 쌈낭 집안의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이처럼 선도적인 의료를 기대하기란 좀처럼 어려웠다. 그나마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코마셋 병원에서 배에 인공항문(장루)을 만들어 대변을 몸 밖으로 내보낼 수는 수술을 무료로 해준 덕에 쌈낭은 이제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인공항문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자연히 잘 먹지 못하게 됐고, 보통 6개월이면 시작하는 이유식도 못한 채 여전히 분유만 먹고 있었다. 잘 먹지 못하다보니 몸무게도 적고 치아가 하나도 없을 만큼 영양상태도 좋지 않았다. 또한, 배 옆에 큼지막하게 달린 장루 주머니 때문에 몸을 뒤집거나 행동하기에도 많은 제약이 뒤따랐다. 발육도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느렸다. 쌈낭을 도와주기로 한건, 캄보디아로 의료봉사를 떠난 한국의 한 의사. 의료봉사 중 쌈낭을 발견한 강태근 교우(54회)는 모교인 고대 안암병원에 연락을 했고, 국제진료센터, 의료사회사업팀의 도움을 받아 다행히 고대 안암병원 소아외과 부윤정 교수에게 항문을 재건하는 수술을 받게 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나눔의료프로젝트'에 지원해 항공비 등은 지원받을 수 있었다. 결국 쌈낭은 엄마와 간호사 한명과 함께 지난 4일에 대한민국에 입국해 고대 안암병원에 입원했고, X-ray, 심장초음파, 복부초음파 등 여러 검사를 거쳐 10일 무사히 항문 재건수술을 받았다. 워낙 몸이 허약했던 터라 의료진은 물론 관계자들의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이를 잘 이겨낸 쌈낭은 1차 수술을 마치고, 이번 주 퇴원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충분한 영양식을 한 덕에 얼굴도 많이 좋아졌다. 몸무게도 조금 늘고, 꾸준히 분유를 잘 먹고 이유식도 시작한 덕에, 수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입국했을 당시보다 얼굴에 살이 올랐고 움직임도 좋아졌다. 쌈낭은 향후 한달 가량 통원치료를 하며 배변훈련 및 경과를 지켜보다가, 인공항문을 없애는 수술을 한 번 더 하고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쌈낭의 엄마 스리솔 (Yong Sreythol) 씨는 "쌈낭이 수술 받게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쌈낭을 의사로 키워 지금 받은 도움을 꼭 어려운 분들에게 되돌려주고싶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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