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 2조 원대의 충격을 일시에 가하는 보건복지부의 비상식적 약가인하 정책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달 국민의 약값 부담을 줄이고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제약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의지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기간산업을 상대로 수용 불가능한 정책을 시행해도 되는지,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 관계자는 “이미 기존 보험의약품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기등재약 목록정비와 지난해 10월 도입한 시장형 실거래가제 영향으로 1조∼2조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2조원 규모의 추가적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하는 복지부의 행태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13조 보험의약품 시장에서 3조∼4조원의 손실이 일시에 발생하는 충격은 제약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며 정부를 강하게 지탄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 포장 뿐 추가적 일괄 약가인하의 여파는 제약업계가 R&D 투자비와 광고·홍보비를 전액 삭감하고 인건비를 절반으로 줄여도 상쇄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토로했다. 협회는 매출에서 예상되는 적자폭의 3조원 중 1조원 정도의 약가인하는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을 복지부에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영업에 치중하는 제약사보다는 R&D에 투자하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제약사에게는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추가 약가인하 정책 추진의 명분이 되고 있는 ‘제약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역시 그럴 듯한 포장만을 위한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R&D 경쟁력이 글로벌화의 필수 잣대일 수밖에 없는 혁신형 제약기업들에게 600억∼1000억원에 이르는 매출 타격을 입히는 정책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토종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단계에 와 있는 제약기업이 이러한 충격을 이겨내고 기존의 R&D 투자 활동을 지속시켜 나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이 점에서 정부의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의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약업계는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대비한 정부의 생산시설 및 품질관리 선진화 정책에 부응해 3조원 상당의 시설투자를 집행하거나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생산과 수출증대를 위해 공격적 경영을 해 온 제약기업들은 대규모 약가인하가 단행되면 진퇴양난에 처할 수밖에 없다. 투자비를 충당할 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범부처 전주기신약개발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의약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의 약가인하 정책은 시장기능을 강조하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시행하면서 동시에 일방적 가격통제를 공존시키는 모순된 정책방향으로 인해 대혼란에 휩싸여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정책의 시행 근거조차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건강보험의 재정상황, 약제비 및 약가수준, 리베이트 근절 등 모든 정책 환경이 추가 약가인하의 근거로는 턱없이 불충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제약협회가 내년 3월로 예정된 기등재의약품 약가인하 조치에 따른 피해 예상금액을 개별 제약사별로 접수받은 가운데 업체별로 수백에서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회원사들은 내년 실제로 약가인하가 진행되면 해당 의약품 매출이 어느 정도 하락될 것인지를 예상해 금액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현재 개별 제약사들이 협회에 제출한 피해금액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으나 내년도 매출 피해 규모를 추산한 결과, 매출 대비 20~25%선이었다. %3 구득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