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브’ 출시로 고혈압 시장 판도 바뀔까

ARB계열 대표 치료제 제칠 수 있을지 기대

△국산 신약 15호’, ‘ARB계열로 8번째 고혈압 치료제’

최근 ‘ARB계열의 황제’라는 이름을 갖게 된 보령제약(대표 김광호) ‘카나브’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나브는 지난 1997년 개발 계획 수립이 세워진 이후 총 500억원이 투자된 보령제약의 야심작.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15번째 신약이면서 ARB계열 고혈압 치료제로는 8번째라는 타이틀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고혈압치료제 시장 현황은 어떨까?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카나브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먼저 고혈압 치료제 시장을 둘러보았다.

육류 섭취량이 증가한 반면 운동량은 부족한 현대인에게 있어 고혈압은 이제 흔한 질병이 됐다. 또한 급속한 인구의 고령화도 크게 한 몫 하면서 고혈압 환자 증가와 함께 고혈압치료제 시장 규모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은 지난 2002년 5208억원에서 2004년 7000억원으로, 현재는 연간 1조2600억원대로 급격히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의 주도권은 CCB계열에서 ARB계열로 급속히 옮겨왔다. ARB계열의 약물이 주목받은 이유는 치료제를 장기복용해야하는 고혈압의 특성 때문.

혈압 강하 효과는 CCB계열이 탁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ARB계열 약물은 혈압강하 효과가 크게 뒤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안면홍조, 식은 땀, 마른기침 과 같은 부작용이 CCB계열보다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고혈압의 특성상 당뇨병과 같은 질병을 동시에 가진 경우가 많은데 ARB계열 약물은 당뇨병과 관련된 눈과 장기보호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바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2000년 이후 ARB계열의 약물은 지난 2004년 전체 시장의 26%에서 지난해 9월 49.35%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CB/ARB
고혈압의 1차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는 약제는 이뇨제, β차단제(Beta inhibitor), CCB(Calcium Channel Blocker), ACE(Angiotensin Converting Enzyme)억제제와 ARB(Angiotensin receptor blocker)계열 치료제가 있다. 고혈압치료제는 혈관을 넓혀서 혈압을 낮추는데 어떻게 혈관을 확장하느냐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혈관 수축물질인 안지오텐신을 억제하는 ACE억제제와 안지오텐신의 작용을 막는 안티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한편 세포 내 칼슘이 증가하면 혈관이 수축되는데, 칼슘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억제해 혈압을 낮추는 칼슘차단제(CCB)가 있다. 이밖에도 신경전달 물질의 작용을 차단해 혈압을 낮추는 베타차단제도 처방되고 있다.
  
ARB계열의 치료제로 대표적인 것은 노바티스의 ‘디오반’

노바티스의 ‘디오반’(성분 발사르탄)은 세계 판매 1위 ARB계 항고혈압제. CCB계열의 화이자 ‘노바스크’와 ARB계 제제의 디오반은 오랫동안 고혈압약 시장을 양분해왔다. 디오반은 그만큼 대표성을 띄는 제제로서 임상자료를 통해 강력한 강압효능과 더불어 심혈관 보호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강력한 1차 고혈압치료제로 100여 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ARB계 항고혈압제 중 유일하게 고혈압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후 고위험 환자와 심부전 모두 한국 식약청과 미국 FDA로부터 적응증 승인을 받았다.

MSD의 ‘코자’는 ARB 최초의 약물이다. 혈압을 조절해 주는 신체의 주요 조절자인 angiotensin II 호르몬을 차단해 효과적으로 혈압을 낮춰주며 지난 1994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오랜 기간 동안 ARB계열의 대표적인 약물로 자리매김하여 고혈압 치료에 있어 혈압 강하 효능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코자는 신장에서 수분 작용을 조절하는 시스템인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을 차단하면서 전체적으로 혈관을 이완시키고 정맥 확장을 시켜 혈압을 낮춘다. 신장에서 레닌이라는 효소가 분비됨으로써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이 활성화되는데, 레닌은 간에서 기원하는 단백질 angiotensinogen을 분해시킨다.

이 분해된 산물을 angiotensin I이라고 하는데, 비록 Angiotensin I이 그 자체의 생물학적 활성이 거의 없지만 이것이 혈관, 심장, 신체의 다른 조직에 미치는 효과를 자극하는 angiotensin II의 전구 물질이 된다. 코자를 비롯한 ARB 계열 약물은AT1수용체를 차단해 angiotensin II가 AT1 수용체 부위에 결합하는 것을 막아 궁극적으로 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막아 혈압을 효율적으로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대웅제약의 ‘올메텍’은 다이이찌 산쿄의 대표적인 ARB계열 혈압 강하제로, 하루 한 번 복용만으로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국내에서 26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ARB제제 로살탄보다 1.5배 이상 뛰어난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메텍은 혈압상승에 직접 관여하는 AT1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며 Cytochrome P450대사효소의 영향을 받지 않아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에 따른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최근엔 한 가지 제제가 아닌 복합제 제품이 출시되며 기존 단일제 시장이 주류를 이뤘던 고혈압 치료제 시장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노바티스 ‘엑스포지’는 세계 최초 항고혈압 복합제로서 암로디핀 또는 발사르탄 단독요법으로 혈압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 본태성 고혈압의 치료제로 1일 1회 복용한다.

노바티스의‘엑스포지’는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서로 다른 계열의 두 가지 항고혈압제제인 ARB 발사르탄(디오반)과 CCB 베실산 암로디핀(노바스크)를 한 알에 결합한 세계 최초의 복합제제.

발사르탄은 혈관을 수축시켜 좁게 만드는 호르몬인 안지오텐신II의 작용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며 암로디핀은 혈관 벽에 칼슘이 흡수되는 것을 차단한다. 두 제품 모두 혈관을 이완시켜 혈류의 흐름을 보다 원활하게 하는 효과를 자랑한다.

엑스포지는 발사르탄과 암로디핀이라는 각 계열 최고의 두 약물이 결합됨으로써 강력한 혈압강하 효과를 보이며 임상시험에서 10명 중 최대9명의 반응률을 보였다. 또한 우수한 내약성을 보였고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해야 했던 고혈압 환자들의 편의를 높였다. 또한 발사르탄과 암로디핀의 상호보완 효과로 인해 단독요법에 비해 말초혈관 부종의 발생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대웅제약의‘올메텍 플러스’는 올메사탄에 이뇨제(hydrochlorothiazide)를 추가한 ARB제제와 이뇨제의 복합제제. 고혈압제와 이뇨제를 따로 복용하는 불편을 없앴을 뿐 아니라 혈압강화효과를 30% 이상 끌어올렸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ARB단일제제인 올메텍의 장점인 AT1수용체에 대한 높은 선택성과 강한 강압효과를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 이뇨제의 병용을 통해 강압효과를 강화시켰다는 점. 따라서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 모두 두 자리 수 이상의 강압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ARB가 이뇨제인 thiazide로 인한 저칼륨혈증, 고요산혈증 등의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점은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보령제약은 ‘피마살탄’을 지난 2006년 1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일반명(INN) 리스트에 등재했으며 지난 3월 식약청에 신약허가 신청을 낸 상태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피마살탄은 임상시험에서 지금까지 ARB계열 약물의 대표명사라 할 수 있는 로살탄보다 약 30% 높은 혈압강하효과를 보였고 부작용은 비슷한 정도였다”며 “고혈압 치료제라는 큰 시장에 국내제약사가 신약을 출시하는 건 처음이며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며 기대감을 언급했다.

또한 피마살탄이 국내 최초의 글로벌 신약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기대해 봄직하다.

이미 2001년 미국특허를 시작으로 일본, 호주, 유럽6개국, 멕시코, 러시아 등 현재 17개국에서 32개의 물질특허와 제법 특허를 취득했고 전임상과 1상 임상을 유럽에서 진행해 해외시장 진출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미국, 중국, 인도, 유럽 등에 다양한 방법을 통한 진출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해외에서의 허가 절차 등을 고려한다면 이르면 2014년부터 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피마살탄이 넘어야 할 산도 남아있다.

혈압강하 효과와 안정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함은 물론 복합제 시장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뇨제 등과의 복합제제로써도 단계적으로 준비 또한 필요하다.

보령제약 홍보팀 권혁범 과장은 "지금 ARB시장이 고성장 중인 가운데 카나브는 효과가 높을 뿐 아니라 60여개병원 2000명에 대한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을 통해 우리 몸에 맞게 출시된 고혈압제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다국적회사 고혈압제제보다 가격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순차적으로 이뇨제, CCB계열 등과 복합제가 잇달아 출시될 것이므로 5~6년 사이 매출 1000억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혜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