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지 비관 기초생활수급자, 장기기증 유서 남기고 자살

시신 늦게 발견돼 각막기증 불가능… 의대생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

  
홀로 살아가던 한 기초생활수급자가 장기기증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던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시신은 늦게 발견돼 각막기증이 소용없게 됐으며, 대신 의대생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됐다.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어 한 많은 세상을 떠나려 합니다. 저의 시신 중 모든 부분은 장기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기증하여 주십시오”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1동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김모(68)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 장기기증 유서를 남기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후 생을 마감했다.

김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안 것은 지난 4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관용)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고 나서다.

조사결과 김씨는 3일 오후 자신의 장기와 월세보증금 300만원을 기증하겠다는 유서와 장기기증등록증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강동구청에 등기로 보냈으며, 편지 발송 후 집으로 돌아와 목을 메달아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편지를 보낸 김씨는 북한에 가족을 두고 내려와 기초생활수급자로 암사동 한 옥탑방에서 홀로 어렵게 살아왔으며, 젊은 시절 건설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으나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평소 행동이 단정하고 말수가 적었던 김씨의 자살소식에 주변사람들은 놀라움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씨는 집을 팔고 월세방을 전전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005년 본부에 장기기증을 등록했고, 매월 5000원씩 후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마지막 소원이었던 장기기증은 이뤄질 수 없었다. 그의 시신이 늦게 발견됨에 따라 각막 기증을 할 수 있는 사후 6시간이 초과됐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의 각막기증은 불가능했고, 그의 유서대로 시신은 오는 6일 고려대학교 해부학교실에 기증될 예정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본부장은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어려운 삶속에서도 이웃과 나누고 싶어 했던 고인의 귀한 뜻을 기려서 시신을 의대생의 해부학 실습을 위해 기증할 것이며, 그가 남긴 유산도 장기부전을 알고 있는 환우들을 위해 뜻깊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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