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실 압수수색 논란 확산…"진료 현장 수사 원칙 세워야"
소아응급의학회·전국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 기자회견…수사 가이드라인 제정 촉구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현장 압수수색 원칙적 제한…의료 전문가 의견 반영 요구
소아응급 의료진이 응급실 압수수색으로 인한 진료 위축과 환자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수사기관에 명확한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했다. 환자 사망 사건의 진실 규명과 수사 협조에는 적극 나서겠지만,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에 수사 인력이 직접 진입하는 방식은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불안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전국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들은 30일 오전 10시 대한의사협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규탄 및 진료권 보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응급 진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기자회견이 경찰과 대립하거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아이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우선 응급실이 수사기관의 진실 규명에 협조하지 않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진료 과정에 과실이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면 경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응급실은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공간으로, 모든 처방과 진료 기록이 전산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입력되고 기록 수정 이력도 로그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의사와 간호사의 진료 기록은 분 단위로 업로드되며 CCTV도 설치돼 있어 진료 과정과 환자 사망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환자가 원인 불명으로 사망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정식 신고와 검시·부검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수사관이 진료 공간에 직접 진입하지 않더라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진료 과정과 사망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은 응급실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응급실을 찾는 소아 환자는 겉으로는 큰 이상이 없어 보여도 갑작스럽게 중증 상태로 악화할 수 있다. 의료진은 매 순간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고 신속하게 처치해야 하며, 최선을 다한 진료에도 질병의 급격한 진행이나 현대 의학의 한계로 환자를 떠나보내는 상황을 마주한다.
이들은 "환자 사망을 누구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는 의료진에게 사망 사건 직후 잠재적 범죄자라는 전제 아래 진료 구역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것은 극심한 공포와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방어진료로 이어지면 중증 소아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아주대병원 압수수색 당시에도 응급실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뿐 아니라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와 보호자들이 함께 있었다"며 "의료진은 경찰 진입으로 응급실 운영과 진료에 영향이 있었다. 수사 인력이 응급실에 들어오는 상황 자체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당혹감과 두려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소아응급 의료진은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경찰 수사 가이드라인 제정을 제안했다.
우선 응급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이 위급한 필수의료 현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가피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할 경우 사전 협의를 거치고, 법원의 영장 심사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필수적으로 반영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또 임의제출이나 자발적 협조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해 무분별하게 영장을 집행하는 관행을 막을 구체적인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인 환자 사망 사건에 대한 과도한 현장 조사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실 환자 사망 시 의료법에 따른 검시와 부검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보호자의 112 신고나 경위 확인 요청만으로 진료실을 범죄 현장처럼 취급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수사기관에 현재 준비 중인 수사 가이드라인 초안을 11월 말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며 "소아응급 의료진의 이탈을 막고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장 의료진의 의견을 반영한 합리적인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목소리를 담아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합리적인 기준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면서 "의료진이 두려움 없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저희는 아이들의 곁을 지키고 싶다"고 국민과 언론의 공감과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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