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 꽁치구이와 된장찌개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일본은 잘 알려진 장수국가다. 특히 생선을 많이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시, 소바와 함께 전 국민이 생선초밥을 즐긴다. 하지만 일본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은 의외로 꽁치다. 주로 싱싱한 꽁치를 구워서 소금으로 간을 맞춰 먹는다.

북해도에서 꽁치가 많이 잡히는 시기가 되면 일본 전역에서는 꽁치축제가 열린다. 간을 하지 않은 꽁치를 그대로 구워서 즉석에서 소금을 곁들여 먹는다. 일본을 자주 드나들었던 나는 이 꽁치축제에도 여러 번 가봤다.

꽁치축제에서는 맛이 좋고 값싼 꽁치구이를 사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갓 잡은 꽁치구이는 우리나라 간고등어와는 비교가 안 된다. 안동 간고등어는 사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교통 사정으로 며칠씩 묵혀야 되는 고등어가 상하지 않도록 소금을 뿌려 저장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간고등어를 먹기는 하지만 가장 많이 먹는 것은 역시 꽁치다.

일본의 골목골목에는 아직도 꽁치구이집이 많다. 꽁치는 영양 면에서도 모자람이 없다. 단백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오메가3, EPA·DHA, 비타민D, 칼슘, 철분 등을 다량 함유해 면역 기능과 혈액순환, 두뇌 건강, 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지금을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강원도 바닷가에서 꽁치가 잘 잡혔다. 어선 옆에 해초 틀을 매달아 가짜 숲을 만들면 그 속으로 꽁치가 모여들었다. 이 방식은 손꽁치잡이로, 꽁치가 산란기에 해초에 알을 붙이려는 습성을 이용한 전통 어법이다. 지금은 국내 해역에서 꽁치가 잘 잡히지 않지만, 여전히 꽁치는 천연에서 얻을 수 있는 대단히 좋은 음식이다.

일본에서는 꽁치와 함께 된장찌개도 건강식이라고 해서 굉장히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일본사람들은 식사 때 많은 반찬을 먹지는 않지만, 된장국에 꽁치구이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동경 뒷골목에 즐비한 백반집에서 된장찌개와 구운 꽁치를 먹어 본 일이 있다. 동경대학 뒷골목에도 이런 백반집은 흔하다. 물론 최근에는 일본사람들도 고기를 자주 먹지만, 생선만큼 많이 먹는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이 생선을 많이 먹고 장수국가가 됐다고 해서 우리가 무조건 일본사람들의 식생활을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는 맛이 좋고 영양가도 풍부한 꽁치를 기꺼이 추천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일본같이 생선구이 전문점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그곳에서 따뜻한 된장찌개와 꽁치구이를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간고등어와 함께 꽁치구이가 식탁에 자주 오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