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잰 혈압 차이가 심장병 위험 신호"

연세의대 연구팀, 영국 성인 41만명 분석… 혈압 차 클수록 심근경색·뇌졸중·사망 위험 증가

진료실에서 짧은 간격으로 두 번 측정한 혈압의 미세한 차이가 향후 고혈압이나 심장병, 뇌졸중 발생 위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배성아 교수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자료를 활용해 고혈압·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던 성인 41만6922명을 약 16년간 추적 분석해, 두 차례 측정한 혈압 차가 클수록 심혈관질환 발생과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진인태 교수와 연세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허석재 교수(공동 제1저자),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배성아 교수(교신저자)의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진료 현장에서는 혈압을 잴 때 통상 두 차례 이상 연이어 측정한다. 그간 이렇게 측정한 혈압의 평균값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았지만, 두 측정값의 차이가 갖는 의미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5분간 안정 후 1분 이상 간격을 두고 두 차례 혈압을 측정한 영국 바이오뱅크 자료를 토대로, 수축기 혈압의 차이를 ▲1분위(3mmHg 이하) ▲2분위(4~6mmHg) ▲3분위(7~11mmHg) ▲4분위(12mmHg 이상)로 분류한 뒤, 집단별 사망과 고혈압·심근경색·뇌졸중·심부전 발생을 비교했다.

가장 두드러진 결과는 진료 시 측정한 혈압의 차이가 클수록 향후 사망 및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는 점이었다. 나이, 성별, 흡연, 체질량지수, 기저 혈압 등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혈압 차이가 가장 큰 집단(4분위)은 가장 작은 집단(1분위)에 비해 사망·심근경색·심부전 위험이 약 7%, 뇌졸중 위험이 약 9% 높았다. 새롭게 고혈압을 진단받을 위험은 약 19% 높았다.

또한 하위군 분석에서는, 65세 미만의 비교적 젊은 층에서 사망‧뇌졸중 위험과의 연관성이, 흡연자에서는 사망 위험과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혈압 수치 자체가 높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진료 시 혈압 차이가 큰 경우에는 심혈관질환 및 사망 위험이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진료 시 혈압 차이를 심혈관 위험 평가에 반영하면, 아직 고혈압으로 진단되지 않은 단계에서도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동 제1저자인 진인태·허석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압의 평균값뿐 아니라 한 번의 짧은 진료 시간 내에 나타나는 혈압 차이가 독립적인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추가 장비나 비용 없이 진료실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정보가 십수 년 뒤의 건강과 연관된다는 것이 연구 결과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배성아 교수는 "고혈압 진단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이라도 진료 시 혈압 차이가 크다면 더 자주 혈압을 재보고 일찍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관찰연구인 만큼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병원 밖에서 측정한 혈압 자료가 포함되지 않아 일시적 요인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AHA)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JAHA)'에 최근 게재됐다. 또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가상환자·가상병원 기반 의료기술 개발 사업(연구책임자 박진영)'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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