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응급의료센터 확대는 시작일 뿐…구조개혁 없인 실패"
응급의학의사, 권역응급의료센터 53곳 확대 지정에 공식 입장 발표
"센터 숫자보다 인력·최종치료·지역응급의료 기반부터 바로 세워야"
보건복지부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기존보다 확대 지정하며 중증응급의료체계 강화에 나선 가운데 응급의학의사회가 "센터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응급의료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며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권역응급의료센터 53개소 선정' 발표에 대해 "응급의료체계 개선의 출발점이라는 점에는 의미가 있지만, 인력과 제도, 지역 의료 기반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우선 새롭게 지정된 12개 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충분한 예산과 인력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적정 규모에 대한 과학적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지역별 수요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센터를 확대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내 400여개 응급실 체계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몇 곳이 적정한지, 이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재정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지 장기적인 국가 로드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권역센터에 '최종치료' 기능을 요구하는 현재의 평가체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의사회는 "응급실은 응급처치와 급성기 치료를 담당하는 공간이며, 최종치료 역량은 병원 전체의 의료 수준과 전문 진료체계가 결정하는 문제"라며 "권역센터 지정 확대가 곧바로 최종치료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는 접근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기존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탈락한 의료기관에 대한 후속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동안 권역센터 운영을 위해 시설과 장비, 전문인력 확보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병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 이 때문에 평가 결과만 발표한 채 운영 손실과 지역 의료공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중앙응급의료센터와 정부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현재 응급의료 위기의 본질은 센터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진단했다.
의사회는 "의료진을 둘러싼 과도한 법적 위험과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 지역 응급의료 인프라 붕괴가 지금의 위기를 만든 핵심 원인"이라며 "이 같은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권역센터 간판만 늘린다고 응급의료 역량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정책이 권역센터와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지역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이 무너지면 권역센터 역시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며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포함한 의료전달체계 전반을 함께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함께 "이번 권역응급의료센터 확대 지정이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최종치료 기능을 현장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응급의료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의료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응급의료체계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현장 전문가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지속가능한 응급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의사회 역시 정부와 함께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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