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서 의료진의 대화를 동의 없이 녹음한 뒤 이를 편집해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하자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의료현장의 신뢰를 지키고 의료분쟁 해결의 원칙을 재확인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회장 반준섭)는 입장문을 통해 "환자의 권리 보호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권리 행사는 반드시 법이 정한 절차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판결은 불법적인 자료 수집과 온라인 여론전에 의존하는 분쟁 해결 방식에 경종을 울린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대법원 제3부는 지난 6월 24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손모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환자 김모 씨에게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됐다.
이번 사건은 성형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중 의료진 사이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이를 대리한 변호사가 녹음파일 일부를 발췌·편집해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배심원 전원이 유죄 의견을 냈으며, 항소심과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가 의료진 간 대화에 정상적으로 참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의 동의 없이 이를 녹음하거나 외부에 공개한 행위는 정당행위나 자구책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하급심은 해당 변호사가 녹음파일을 발췌·편집해 자극적인 영상으로 제작하고 이를 유튜브 등에 게시한 뒤 추가 사건 수임 등 경제적 이익과 연결될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환자 권리와 의료진 보호는 함께 지켜야 할 원칙"
성형외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이 의료분쟁 해결 과정에서도 적법절차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반준섭 회장은 "환자가 진료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충분한 설명을 요구할 권리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그 권리 행사는 의무기록 검토와 전문가 감정, 의료분쟁조정, 수사와 재판 등 법이 정한 절차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결과와 치료 과정에는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한계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존재한다"며 "그럼에도 모든 갈등이 무단 녹음과 편집 공개, 온라인 폭로, 환불이나 합의금 압박으로 이어진다면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기본적인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여론재판 아닌 객관적 검증 문화 필요"
이번 사건의 고소 대리인을 맡은 박진식 변호사도 "최근 의료분쟁을 적법한 절차가 아닌 자극적인 폭로나 여론 형성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기에 우려가 크다"며 "이번 대법원 확정판결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무분별한 공개와 사익 추구 행위에 명확한 한계를 제시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이 의료분쟁 해결 방식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반 회장은 "공익이라는 명분이나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으로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가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며 "환자의 불안을 자극해 분쟁을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를 만드는 행태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자 보호와 의료진 보호는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원칙"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의료분쟁이 불법적인 자료 수집이나 온라인 폭로가 아니라 객관적인 검증과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해결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도 회원들을 대상으로 윤리적 진료와 수술실 안전, 환자 설명 강화, 의료분쟁 예방 교육 및 자율정화 활동을 지속하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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