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의 항암치료 효과를 치료 전에 예측하고, 항암제 내성의 원인까지 찾아내는 정밀의료 기술이 개발됐다.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줄이고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방광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세포유전공학교실 신동명 교수와 병리과 조영미 교수, 비뇨의학과 홍범식 교수 연구팀은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의 수술 전 항암치료 반응을 예측하고 내성 기전을 분석할 수 있는 AI 기반 정밀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근침윤성 방광암은 암세포가 방광 근육층까지 침범한 상태로 혈관이나 림프관을 통해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이 높고 예후도 좋지 않은 암이다. 현재 표준치료는 근치적 방광절제술에 앞서 시스플라틴 기반 선행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는 것이지만, 실제 병리학적 완전관해를 보이는 환자는 30~40%에 불과하다.
특히 항암치료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치료가 시행되면서 수술 시기가 늦어지고 생존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치료 전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꾸준히 요구돼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 399명의 전사체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GLS, IL15RA, AFAP1, FOXA1 등 4개의 단백질 조합이 항암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핵심 바이오마커임을 확인했다.
이어 서울아산병원에서 선행항암치료를 받은 환자 91명의 병리조직을 AI 기반 디지털 병리 기술로 분석한 결과, 이 단백질 조합을 이용하면 항암 반응군과 비반응군을 효과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는 병리 슬라이드에서 암세포와 주변 조직을 자동으로 구분해 단백질 발현 정도를 정량화함으로써 기존 면역조직화학 검사의 판독자 간 차이를 줄이고 보다 객관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연구팀은 항암제 내성의 원인도 함께 규명했다.
분석 결과 KEAP1-NRF2 신호전달 경로 이상이 시스플라틴 내성의 핵심 기전으로 확인됐다. 이 경로가 활성화되면 암세포의 항산화 능력이 증가하면서 항암제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실험에서는 KEAP1 발현을 회복시키거나 NRF2 활성을 억제했을 때 항암제 감수성이 높아졌으며, 동물실험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확인됐다.
시스플라틴과 NRF2 억제제 ML385를 병용한 경우 종양 크기가 80.29% 감소했고, 또 다른 억제제 R16과 병용했을 때도 75.44% 감소해 단독 치료보다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AI를 활용한 정밀 병리 분석과 바이오마커 발굴, 항암제 내성 기전 규명까지 연결한 통합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신동명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사체와 디지털 병리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통합 분석해 도출한 바이오마커가 환자의 치료 전략 수립과 항암제 내성 극복에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앞으로 수술 전 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고 개인 맞춤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