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출생 후 영아의 아토피피부염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신생아 소변 속 환경호르몬 대사체를 분석해 생후 1년 이내 아토피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안강모·김지현·정민영 교수와 National Jewish Health 김병의 교수 공동 연구팀은 신생아 소변 속 프탈레이트 대사체와 아토피피부염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Annals of Allergy, Asthma & Immunology(IF 7.1)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환경호르몬으로 장난감과 식품 포장재, 생활용품 등에 널리 사용된다. 음식이나 호흡,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며, 임신 중에는 태반과 양수를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020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내 4개 병원에서 출생한 신생아 61명을 대상으로 생후 48시간 이내 채취한 소변을 분석하고, 생후 12개월까지 추적 관찰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11명이 아토피피부염 진단을 받았다.
분석 결과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대사체 농도가 높을수록 생후 1년 이내 아토피피부염 발생 위험이 약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이 제시한 기준치인 12.18㎍/L 이상인 고농도군에서는 아토피피부염 발생 위험이 저농도군보다 8.31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세포 및 인공 피부 실험도 수행했다. 그 결과 일상생활에서 노출 가능한 수준의 프탈레이트를 처리했을 때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사이토카인 발현은 증가했고, 피부 장벽을 유지하는 핵심 단백질은 약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 인공 피부에서는 수분 손실이 증가해 피부 장벽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프탈레이트가 피부 장벽을 약화시키고 면역 반응을 변화시켜 아토피 발생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교수는 "생애 초기 환경호르몬 노출은 영아의 피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피부 장벽과 면역체계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임신 중과 출생 초기에는 환경호르몬 노출을 줄이기 위한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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