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동물병원 인체약 사용보고 의무화해야"…수의사법 개정 촉구

'약국 판매보고'만으론 반쪽짜리… 프로포폴 유출 등 사각지대 차단 요구

대한약사회가 동물병원 내 인체용 전문의약품 사용관리 강화를 위해 수의사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약국 판매보고만으로는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6월부터 약국이 동물병원에 인체용 전문의약품을 판매할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산으로 보고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동물진료 현장으로 공급되는 의약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나 이 제도는 '공급'만 기록할 뿐, 실제 '사용'은 전혀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특정 동물병원이 어떤 의약품을 얼마나 공급받았는지는 확인 가능하지만, 해당 의약품이 어떤 동물에게, 어떤 목적과 용량으로 사용됐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 공급 단계만 관리하고 사용 단계는 방치된 구조는 사실상 '반쪽짜리 관리체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제도적 공백은 이미 현실에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경기 양주의 한 동물병원장은 병원 보관 중이던 프로포폴을 빼돌려 불법 판매한 혐의로 구속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점검에서도 식욕억제제 펜터민·펜디메트라진 미보고, 케타민 사용량 불일치 등 다수 사례가 확인됐다. 수의사가 보호자에게 인체용 의약품을 판매해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판례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동물병원에서 확보한 비타민 수액을 사람에게 정맥주사하거나, 처방이 필요한 비만치료제를 외부에 제공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동물진료 목적 의약품이 실제로는 사람에게 전용되거나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행정당국은 '얼마나 들어왔는지'는 알지만 '어떻게 쓰였는지'는 모른다. 사용내역 보고가 없다면 실제 진료 사용 여부, 재고 관리 적정성, 외부 유출 가능성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의약품 안전관리는 공급과 사용이 동시에 관리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특히 프로포폴, 케타민, 향정신성의약품, 식욕억제제, 비만치료제 등은 오남용 위험이 높고 국민 보건과 직결되는 품목이다. 동물진료 현장에서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전산 기반의 기록·보고·검증 체계 안에서 관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약사회는 제도 개선 방향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수의사법 개정을 통해 동물병원의 인체용 전문의약품 사용내역 보고 의무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 항목에는 의약품명, 표준코드, 사용량, 사용일자, 사용 목적, 진료 동물 정보, 재고 및 폐기 내역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약국 판매보고와 동물병원 사용보고를 전산 연계해 공급량·사용량·재고량을 상호 대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정상적 과다 구매나 반복적인 재고 불일치 등 이상 징후는 즉시 점검 대상으로 선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동물진료기록부 작성과 관리 기준 강화도 요구했다. 보호자가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사용된 의약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인체용 전문의약품 사용 시 약품명, 투여량, 목적, 일자 등을 명확히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약사회는 "동물에 사용되는 인체용 의약품은 더 이상 관리 사각지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국민 보건과 반려동물 안전, 전문의약품 오남용 방지, 동물진료 체계 신뢰 확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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