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근무시간 줄었지만 우울·자살생각은 증가
'2026 전공의 수련실태조사 보고서' 발간… 2022·2023·2026년 종단 비교 분석
보호수련시간·지도전문의 제도 실효성 부족 "의료분쟁·대체인력 등 개선 병행해야"
전공의들의 주당 근무시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우울감과 자살 생각 경험률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과 수련의 질을 좌우하는 보호수련시간과 지도전문의 제도는 여전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단순한 근무시간 단축을 넘어 실질적인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YPPI)은 '2026 전공의 수련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2022년(1903명), 2023년(1677명), 2026년(1754명) 등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전공의 수련실태조사를 종단 비교·분석한 자료로, 근무시간과 업무환경, 교육환경, 건강 및 복지, 폭력 경험, 임신·출산, 의료사고 등 7개 분야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담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의 주당 평균 실제 근무시간은 2022년 77.7시간에서 2023년 75.4시간, 2026년 70.5시간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험도 52%, 55%, 27%로 크게 줄었다.
특히 인턴의 근무시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인턴의 평균 근무시간은 87.8시간에서 75.7시간으로 12.1시간 줄어들었으며, 연구원은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등 제도적 개선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실제 근무시간보다 병원 전산 기록이 적게 입력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44.8%에 달해 공식 기록과 실제 근무시간 간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신건강 지표는 악화됐다.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감과 절망감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2022년 24%에서 2023년 23%, 2026년 31%로 증가했다. 자살을 생각한 경험도 같은 기간 17%, 18%, 23%로 상승했다. 또 자신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평가한 비율은 42%에서 39%, 28%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은 "근무시간 감소가 곧바로 정신건강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근무시간 단축이 실제 업무 강도와 업무 밀도 감소로 연결됐는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수련에 대한 만족도는 일부 개선됐다. 업무가 수련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 응답은 24%에서 44%, 52%로 증가했고, 수련환경 만족도 역시 41%, 37%, 49%로 상승했다. 그러나 전체 업무 가운데 행정업무와 비진료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1.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연속근무 종료 후 자신의 업무를 다른 전공의가 대신 맡는다는 응답도 56.3%에 달해 대체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환경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도전문의로부터 정기적인 지도와 피드백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38.6%에 그쳤다. 진료 업무에서 벗어나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보호수련시간(protected time)은 평균 주 4.1시간이었으며, 절반이 넘는 55.7%는 주 2시간 이하라고 답했다.
지도전문의에게 직접 교육받는 시간 역시 평균 4.5시간이었고, 56%는 주 2시간 이하라고 응답했다.
지도전문의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형식적으로만 지정돼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응답이 53.1%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과도한 진료 업무로 교육시간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42.6%를 차지했다.
연구원은 보호수련시간과 지도전문의 교육시간에 대한 최소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무 부담은 진료과와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외과계 전공의의 주 80시간 초과 근무 경험률은 42%로 서비스계열(8%)보다 5배 이상 높았으며, 자살 생각 경험률(30%)과 폭언 경험률(34%)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주 80시간 초과 근무 경험률은 35.5%로 조사돼 권역 간 격차도 확인됐다.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은 "전공의 정원이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수련의 질에 대한 충분한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며 "수련환경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원 이동 정책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직장 내 폭력 경험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폭언·욕설 경험은 34%에서 34%, 20%로 줄었고, 폭행 경험도 11%, 12%, 2%로 감소했다.
그러나 임신·출산 지원은 여전히 부족했다. 임신 중 시간외근무 없이 주 40시간 이하 근무가 보장됐다는 응답은 26.4%에 그쳤으며, 출산 후 1년간 시간외근무 제한이 지켜졌다는 응답도 30.8%에 불과했다. 동료의 출산휴가로 업무 부담이 증가한다고 답한 비율은 56.3%였다.
연구원은 "대체인력이 부족한 환경은 임신한 전공의뿐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부담을 주며 의료인의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을 통한 대체인력 확보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료분쟁에 대한 불안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의료분쟁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76%, 분쟁을 우려해 방어진료를 시행한 경험은 78%, 의료분쟁 우려가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75%에 달했다.
실제 의료사고나 분쟁을 경험한 비율은 4.2%였지만, 연구원은 의료진 보호 장치가 부족한 현실이 젊은 의사들의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은 "이번 3개년 비교 분석을 통해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외형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 악화와 교육 공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보호수련시간 법제화, 지도전문의 제도 실질화, 대체인력 체계 구축, 전공의 정신건강 지원 등 수련의 질과 전공의 건강을 함께 보장하는 정책 마련에 이번 보고서가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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