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 의사는 사다리로 뽑자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서양에서 의성으로 받들고 있는 히포크라테스는 자연치유력으로 병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대대로 의사가 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동양에서도 '의불삼세(醫不三世) 불복기약(不服基藥)'이라는 말이 있다. 경험 많은 의사가 좋다는 얘기다.

의대증원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모자라면 늘려야 한다. 서양에서는 모자라는 의사를 옛날 식민지에서 데려다 쓰는 경우가 많다. 영국에는 방글라데시나 인도에서 온 의사들이 참 많다. 미국도 필리핀 의사들이 많다.

마닐라에는 다수의 의과대학이 있다. 필리핀의 경제 사정으로는 이렇게 많이 양성된 의사들이 제대로 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마닐라의 산토 토마스 의과대학은 졸업생 80% 이상을 미국에 수출한다.

우리나라도 한때 대학을 나오면 미국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하고, 그대로 주저앉은 사람이 많았다. 한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는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해야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많다. 우선 우리나라 경제 사정에 맞지 않게 의학교육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린 것도 문제다. 의과대학의 국제화는 바람직하지 못한 면이 많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서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을 나와 우리나라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만 한다.

너무 계층화돼 있는 의료요원들도 신분 상승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병리기사나 물리치료사는 물론 간호사나 약사 그리고 심지어 한의사까지도 원한다면 일정 시험을 거쳐 쉽게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을 터줬으면 좋겠다. 이들이 일정한 기간을 두고 의사들이 가기 싫어하는 지역에서 봉사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나라도 지역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지의사를 양성했던 경우가 있다.

의료요원에게 신분 상승의 기회를 주면 부족한 의사들도 자연스럽게 보충할 수 있다. 무의촌 해결을 위해 시범사업부터 진행해 보는 것도 좋다. 의료계 사기진작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의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의촌에서 서민들의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도 반드시 필요하다.

러시아나 중국에는 국제수준의 의과대학과 의사들이 있는가 하면 등급을 나눠 지방에서 서민 의료를 맡고있는 의료진도 많다. 우리나라는 너무 국제수준의 의사양성에만 힘써 왔던 것 같다. 이제는 서민 의료를 해결하기 위해 사다리를 통해 배출한 의사도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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