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 못 좁힌 '의대 증원'… 醫·政 갈등 장기화

[보건산업 결산전망] 의료 / 의료기기
전공의 복귀 가능성 희박… 최악 의료공백 우려
'막말논란' 임현택 의협회장 취임 반년만에 탄핵
간호사들 오랜 숙원사업 '간호법' 법제화 성공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추진도 갈등 예고

지난 6월 18일 대한의사협회가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올 한해 의료계는 그 어느때보다 시끄러웠고 혼란스러웠다. 지난 2월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발표로 시작된 의정 갈등은 결국 의료대란이라는 위기를 불러왔고 사회 전체를 뒤흔들어놨다. 

일방적 의료개혁에 동의하지 못한 전공의와 의대생은 진료·교육현장을 떠났고,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의료계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역시 의정갈등 한가운데서 41대 이필수 회장이 사퇴하고 42대 임현택 회장은 탄핵까지 당하며 두 개의 비대위와 두 번의 회장선거를 치르는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의대증원이 초래한 의료대란 부작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 정국까지 맞물려 악화일로를 겪는 모습이다. 올 한해 사회 전반을 흔든 의정갈등이 내년에는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을 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젊은의사 집단 사직·동맹휴학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자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던 젊은 의사들이 집단 사직했고, 의대생들은 동맹휴학으로 정부에 맞섰다. 지난 2월 6일, 정부는 의료개혁을 내세우며 갑작스레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빅5 병원 전공의들을 필두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3월 중순이 되면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2000여명이 근무지를 떠났으며 최종 1만300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정부는 병원에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고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을 허용하지 않는 등 강경하게 맞서기도 했다. 의료대란이 상반기를 넘기면서 정부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고 행정처분도 하지 않겠다며 발표했지만, 전공의들은 증원을 백지화하지 않는 
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비상계엄 후폭풍 의료개혁 '난항'

정부의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은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해를 넘겨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정갈등이 장기화됨에 따라 여·야가 나서 사태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도 난항에 부딪혔고, 12·3 비상계엄 여파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는 의료계 참여가 전면 중단됐다. 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의료개혁도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내년 의대 정원 증원이 차질 없이 진행될지 의문이다. 

막말' 등으로 논란을 빚은 임현택 의사협회장이 결 국 탄핵 당했다

임현택 의사협회장 불명예 퇴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취임 6개월만에 탄핵되며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임 회장은 SNS에서 막말과 실언을 반복해 의협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간호법 통과, 2025년 의대 증원 저지 실패 등 의료 현안에 대한 리더십 부족을 이유로 의사 회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탄핵안 상정 이후 임 회장은 SNS 계정을 스스로 삭제하고 두 차례에 걸쳐 회원과 대의원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내는 등 자세를 낮췄지만 그동안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의료 공백'에 힘입어 간호법 통과

올해 8월 28일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간 간호법은 의료파업 장기화로 인해 발생한 공백을 해결할 대안으로 여겨져 왔다. 정부의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92%가 수련병원 복귀를 거부하는 등 전공의 업무 상당수를 PA간호사가 떠맡고 있어 이들의 의료행위가 제도권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됐다.

간호법 제정을 축하는 기념대회가 전국 5000여명의 간호사와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1월 12일 서울 장충체육관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안이 공포된 것에 대해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과 사회적 돌봄의 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간호법이 만들어져 간호사가 해도 되는 직무와 하지 말아야 할 직무가 명확해져 국민 모두에게 안전한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며 "전국 65만 간호인은 언제나 그래왔듯 국민 곁에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급종병 구조전환 최종안 확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고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10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신청 접수가 이뤄졌으며, 이후 상급종합병원 신청이 이어져 12월 6일 기준으로 총 44개 상급종합병원이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전국 상급종합병원이 47개임을 고려하면, 대부분이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셈이다. 인력구조도 전환한다. 상급종합병원이 전체적인 진료 규모를 축소하고 응급·중증진료에 집중해 인력 감축 없이 현행 인력 고용을 유지하면서 전문의, 간호사 등의 팀 진료로 변화된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는 "동네 병·의원과 종합병원의 의료의 질을 그대로 두고 상급종합병원 행을 막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학교와 수련병원을 떠나있는 상황에서 내년 신규의사와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아 향후 최소 2~3년은 이대로 가야 하는데, 과연 남은 인력이 버틸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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