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수출 다시 활기… 수출시장 다변화 실적 견인

[2024 보건산업 결산·전망] 화장품
인디브랜드 수출 확대에 제조사 '활짝'
MZ세대 소비층 부상 '젊어지는 트렌드'
글로벌 시장 안전성 규제 강화도 지속
중소업체 "정부 대응책 마련" 한목소리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잠시 주춤했던 국내 화장품 수출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화장품 누적 수출액은 93억달러를 넘겼으며,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 2021년 전체 수출액 92억달러를 이미 앞지른 수치다.

올해 10월은 한 달 수출액만 10억달러가 넘었고, 12월까지 합치면 2024년 전체 수출액은 100억달러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수출액 역시 전년대비 11.9% 증가한 114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식품의약품안전처·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집계).

이와 같은 국내 화장품 수출 성장은 중소기업 중심의 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 중소 브랜드들은 역대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는 주춤했던 반면 동남아나 미국, 일본 등 새로운 수출지역을 확대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 가격을 내세운 우리 브랜드들은 올 한해에도 K-컬처와 함께 글로벌 시장의 열광적인 수요를 이끌어냈다. 현지 뷰티 트렌드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세분화한 세대별 타깃팅도 실적을 견인했다.

'화장품의 날' 재개
올해에는 지난 2014년 잠정 중단됐던 '화장품의 날' 기념행사가 재개됐다. 대한화장품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동으로 '제6회 화장품의 날' 기념식을 지난 10월 17일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개최했다. 기념일은 화장품법 제정일인 9월 7일로 확정됐다.
이날 오유경 식약처장은 인사말을 통해 "K-뷰티의 수출 다변화 속에서 정부도 국내 화장품 기업의 세계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규제강화 대응 과제

하지만 문제점도 드러났다. 최근 K-뷰티의 주요 수출 상대국들이 화장품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소 브랜드들의 대응 역량 부족이 지적되고 있는 것.

실제 미국은 지난해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개정을 통해 제품 안전성 입증과 기록 유지 의무를 추가했다. 또 중국은 2021년부터 '화장품감독관리조례'를 발표하고, 화장품 원료 규제와 화장품 안전성 평가 보고서 제출 의무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중소 화장품 업체들은 수출 시 상대국의 급변하는 안전성 규제 강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화장품은 중소기업 수출 1위 품목이다. 중소 브랜드가 많다 보니 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규제 대응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중소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슬로우에이징 트렌드 확산

슬로우에이징(Slow-aging)이 뷰티업계에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유통업계에 자리잡기 시작한 슬로우에이징은 노화를 억제하는 안티에이징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노화를 부정하지 않고 건강한 노화를 지향한다는 것으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건강과 웰빙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안티에이징이 주로 중장년층을 겨낭한 것에 반해 슬로우에이징은 MZ세대까지 타깃 층이 넓은 것도 특징이다. 아직 노화가 오지 않은 20대부터 관리를 시작해 천천히 노화를 맞이하고 싶어하는 세태를 담았다.

이에 따라 뷰티 업계들도 다양한 슬로우에이징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피부관리는 물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성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자기 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MZ세대가 늘어나면서 집에서도 간편하게 케어할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은 물론 이너뷰티, 뷰티 디바이스까지 관련 제품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올리브영 슬로우에이징 기획전에 참여한 코리아나 화장품 '앰플엔 블레미샷 앰플'과 10월 슬로우에이징 캠페인에서 선보인 고운세상코스메틱 '닥터지 바쿠치올 포어젯 크림'


OEM·ODM 기업도 고성장

국내 화장품 제조사(OEM·ODM)들의 실적이 연일 상승세다. 국내 중소 인디 브랜드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확대되면서 수주량이 대폭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시장 부진을 딛고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국이 다변화되면서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주요 제조사들도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늘어나는 수주량에 맞춰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등 케파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코스맥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5298억원(전년 동기대비 15.6%↑), 영업이익 434억원(30.4%↑)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매출 1조6081억원으로 화장품 부문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콜마도 3분기 매출 6265억원(21.33%↑), 영업이익 545억원(75.74%↑)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이 K-뷰티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혁신 기술과 우수한 품질 관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며, K-뷰티의 우수성을 세계 시장에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최신 뷰티 트렌드와 소비자 요구에 맞춘 맞춤형 제품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K-뷰티의 글로벌 입지도 확고해 지고 있다.

유통 플랫폼 역할 확대

이와 함께 유통 플랫폼의 성장도 K-뷰티의 글로벌 진출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통 플랫폼들의 마케팅 전략과 소비자 분석은 국내 뷰티 업체들에게 브랜드 가치 제고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여겨진다.

특히 이커머스 플랫폼 발달은 글로벌 소비자들이 K-뷰티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 판매 채널 다양화와 매출 성장을 동시에 이루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인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글로벌 유통채널 입점, 현지 맞춤형 신제품 출시 등으로 신규 매출 창출을 이뤄냈다.

유통 플랫폼의 성장이 K뷰티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면서 K뷰티 제품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는 다시 글로벌 유통 플랫폼의 확장과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 성장은 단순히 브랜드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유통 플랫폼과 제조사들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한국화장품 산업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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