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개발, 국가주도 B&D 사업 절실”

건강한 지구촌을 만드는 사람들/이진수 국립암센터 연구소장

  
“성공적인 항암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B&D 사업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주도 항암제 개발 사례를 보면 신약개발 B&D 사업의 미래는 정책 입안자들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국내 폐암 치료의 최고권위자인 이진수 국립암센터 연구소장이 강조한 말이다. 이진수 소장은 27일 보건산업최고경영자회의(이사장 이기우)가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개최한 2월 월례조찬회에 초청돼 ‘항암치료제 개발을 위한 B&D 사업’에 대해 강연했다.

이 소장이 강연을 통해 강조한 B&D 사업이란 ‘Bridging and Development’로 ‘가교적 개발사업’을 의미한다. 항암제 후보물질을 발굴해놓고 제품화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 때 항암제 개발 브리징 펀드 개념인 B&D 사업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향후 5년 이내에 1건, 10년 이내에 2~3건 이상의 새로운 항암치료제 개발 및 제품화, 산업화에 성공하면 10조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됩니다. 1조원을 투자해 10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니 10배 이상 남는 장사 아닙니까?”

이 소장은 경제적 효과도 1개 신약이 성공할 경우 매출액 1조~10조원, 순이익 3000억~3조원 정도이며, 이는 중형자동차 300만~300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대등한 수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난 1977년부터 2007년까지 30년간 항암제 분야에서 총 937건을 특허출원 등록했으나 이중 3건(선플라주, 캄토벨주, 밀리칸주)만이 항암제로 개발·판매돼 제품화 성공률이 0.3%에 불과했다. 또한 국내 과학자들이 발굴한 항암제 후보물질 등 많은 기초적 연구성과가 획기적인 항암제 개발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은 전임상·제1상·제2상의 후속 연구를 위한 연구비 지원이 열악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약개발은 국가 주도로 해야 한다고 이 소장은 목소리를 높인다.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기 때문에 영세한 국내 기업 단독으로는 수행이 불가능합니다. 성공적인 암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국가가 개발비를 투자해 산업화로 이끌어주는 B&D 사업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이 소장은 미국의 경우 1971년 닉슨 대통령이 암을 국가적 문제로 규정하고 체계적이며 대단위적인 연구개발비를 NCI를 통해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얻는 국가수익은 현재 100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NCI DPT를 이용한 택솔 개발 성공사례를 보면 1984년 임상1상, 1989년 난소암 환자중 30% 완치, 1992년 FDA 난소암 치료제 허가등록, 1994년 FDA 유방암 치료제 허가등록, 2000년 160억 달러 매출을 올려 세계 최고의 신약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 소장은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택솔 개발에 참여했지만, 끝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NCI가 개발을 총괄해 끌고 갔기 때문”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R&D 예산 규모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10.7%씩 증가해 올해 10조 8423억원으로 편성돼 있지만 미국의 15분의 1, 일본의 3분의 1, 독일의 2분의 1에 불과해 실제로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진수 소장은 항암치료제 개발 B&D 사업 예산으로 연간 1000억원씩 5년간 5000억원, 10년간 1조원을 투자해 새로운 항암제 후보물질을 제품화 및 산업화할 경우 엄청난 국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수 소장은…]

<학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보건학박사)

<경력>
St. Joseph Hospital 내과(레지던트)
M.D Anderson Cancer Center 종양내과 내과전문의(조교수)
M.D Anderson Cancer Center 흉부 및 두경부종양내과 내과전문의(교수)
M.D Anderson Cancer Center 흉부종양내과, 분과장
국립암센터 폐암센터장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
국립암센터 폐암연구과장
국립암센터 연구소장(現)

<수상>
Woodward/White사 ‘The Best Doctors in America’ 포함
Good Housekeeping지 ‘Top Cancer Specialists’ 선정
‘America's Top Doctor’ 선정
Alianz 제일생명 주최 ‘올해를 빛낸 한국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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