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아스파탐 논란에 식품업계 초긴장

"발암 원인 규명한 과학적 사실 전무"… '괴담'에 관련산업만 위축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공포심은 식음료산업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식품업계가 이번 '아스파탐' 논란에 크게 긴장하는 이유는 이미 소비자에게 유포된 가짜뉴스의 메가톤급 피해를 체득했기 때문이다

최근 아스파탐 논란이 불거지면서 식품업계가 고민에 휩싸였다. 

인공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오면서, 아스파탐을 첨가물로 사용하는 식품업체들은 이번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발암 물질로 분류된다는 예고에 '제로 음료' 제품을 판매하는 음료·막걸리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스파탐에 대한 논의는 계속 진행돼 왔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달 15일 설탕 대신 아스파탐 같은 인공 감미료를 섭취하더라도 체중조절(다이어트) 효과가 거의 없다며, 인공 감미료를 다이어트로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이달 중순에 이같은 방침과 하루 섭취 권고량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또 세계보건기구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품첨가물 합동 전문가위원회(JECFA)는 사람이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아스파탐 양에 대한 권고안을 검토 중이며 국제암연구소와 동시에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칼로리 열풍이 불자 설탕 대신 아스파탐 같은 인공 감미료를 넣은 무설탕(제로 슈거) 음료나 사탕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판매하는 펩시 제로와 서울 장수막걸리 등에 아스파탐이 들어가 있다. 또 일화, 코카-콜라 등도 기존 자사의 스테디셀러 제품을 제로 슈거 버전으로 내놓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분별한 공포심 조장에 식품업체는 존폐 기로

식품업계가 이번 '아스파탐' 논란에 크게 긴장하는 이유는 이미 소비자에게 유포된 '괴담'의 메가톤급 위력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사카린' 파동부터 MSG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례들은 결과적으로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판명났지만, 해당 단어를 접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괴담'은 말 그대로 식품업체의 손실을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이 된다. 해당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생산을 전면 중단하면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회사 경영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은 미 FDA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안전한 첨가물이며 섭취 권고량에 맞게 쓰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제로 슈거' 음료 시장 자체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막걸리업계는 향후 소비자 반응을 지켜보면서 막걸리에 첨가되는 아스파탐의 전면 교체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아스파탐 사용 업체는 "대체재 사용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이고, 일부 업체는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를 선보이면서 오히려 타 업체와의 차별화를 홍보하고 나섰다.

업계 전문가들은 '괴담'에 의한 공포감 조성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이다. 지난 2015년에 논란을 일으킨 가공육 발암물질 1급 분류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보건기구는 2015년 햄, 소시지, 소고기통조림, 육포, 식육 통조림 등 가공육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또 소고기, 송아지고기, 돼지고기, 새끼양고기, 양고기, 말고기, 염소고기 등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의 살코기를 말하는 붉은 고기 역시 2급 발암 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암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국내외 소비자들과 관련업계에 충격을 줬다.

'가공육'은 염장, 발효, 훈제 또는 기타 가공 과정을 거친 식육으로 핫도그(프랑크푸르트), 햄, 소시지, 살라미, 콘비프(소고기 통조림), 육포(beef jerky), 식육 통조림, 식육 베이스 조리식품 또는 소스 등을 포함한다.

국제암연구소는 각종 식품첨가물과 화학물질 제품 등에 대해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는 물질 △암 유발 개연성이 있는 물질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 △발암 관련 미분류 물질 △암을 일으키지 않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당시 발표가 나오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0~2013년 우리 국민의 가공육 섭취량은 1일 평균 6.0g 수준"이라며 "우리 국민의 가공육 섭취 수준은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2010년 기준 한국인의 아질산나트륨 1일 섭취량은 WHO 1일 섭취허용량(0~0.06㎎/체중 1㎏)의 11.5% 수준으로 가공육의 색을 내거나 보존하는 데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의 섭취량도 우려 수준에는 못 미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해당 발표로 가공육 소비를 대폭 줄인 탓에 육가공업계는 매출이 평소 대비 20~30% 줄었다는 후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WHO는 "IARC의 보고서는 사람들에게 아예 가공육을 먹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라 섭취를 줄이면 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식약처도 "붉은 고기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성인 남성과 가공육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채소 등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과 균형있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아스파탐의 일일 섭취 허용량은 체중 1㎏당 40㎎ 이하다. 식약처는 "체중 35㎏ 어린이가 아스파탐 섭취량을 초과하려면 하루에 다이어트 콜라(250㎖·아스파탐 43㎎) 55캔을 마셔야 하고, 60㎏ 성인의 경우 막걸리(750㎖·아스파탐 72.7㎖)를 33병 마셔야 한다"고 설명한다. 아스파탐이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된다고 해서 인체에 심각한 위해성이 발견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국제암연구소의 예고는 최근 알로에 베라에까지 불똥이 튀어 관련업계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아스파탐처럼 2B군에 알로에 베라가 속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2B군에 속한 것으로 알려진 알로에 베라는 '알로에 전잎'을 의미한다. IARC 리스트에는 "Aloe vera whole leaf extract" 라고 표기돼 있다. 이 명칭은 알로에 베라 껍질의 추출물을 말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껍질을 제거한 알로에 베라 겔 등을 사용한 원료와 이를 함유한 제품은 발암 가능 물질과 전혀 무관하다는 뜻이다.

건기식업계 관계자는 "알로에 베라는 알로에 전잎과는 전혀 다르며, 이미 식약처도 인정한 안전한 원료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사이에 막연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과거 몇 차례 가짜 뉴스가 마치 팩트처럼 둔갑한 상황으로 커질까봐 업체의 입장에선 상당히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우려감을 전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이 낮아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밝히면서, 아스파탐이 발암가능 물질로 분류되면 국민 섭취량 등을 조사하는 위해성 평가를 실시해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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