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소아청소년 비대면진료 계획 유감… 의료계 의견 반영돼야"

소청과학회도 소아 특성 무시 지적, 편의성 등 이유로 휴일·야간 비대면 상담 허용해서는 안돼

대한의사협회와 소아청소년학회가 휴일과 야간의 경우 대면 진료 기록이 없는 18세 미만의 소아청소년 초진 환자도 비대면 의학적 상담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에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정부는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전격 시행하겠다고 지난 5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표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시범사업 실시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원칙으로 했으나, 병원급 진료가 불가피한 환자를 고려 병원급 의료기관에도 예외적으로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도록 규정됐다.

의원급 비대면진료 대상은 재진환자이나 섬·벽지 환자, 거동 불편자(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감염병 확진 환자(1급 또는 2급으로 확진되어 격리중 타의료기관 진료 필요)등이다. 또한 우려를 낳았던 소아환자는 휴일·야간(평일 18시, 토요일 13시부터 익일 9시까지)에 한해 대면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비대면진료를 통한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비대면 진료 논의과정에 있어서 의사협회의 핵심논리는 비대면 진료가 국민의 건강을 지켜온 대면진료와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대면진료 원칙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으로 비대면 진료 활용 △재진환자 중심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라는 '비대면 진료의 대원칙'이라는 합의를 도출하기도 했다. 

의협은 "소아청소년이라는 환자군의 특성상 비전형적인 증상과 그에 따른 빠른 대처를 위해 대면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접근성 및 편의성을 이유로 소아청소년에 휴일·야간에 국한한 비대면 진료 상담을 허용한 것은 유감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위해서는 의료인들의 협조와 참여가 필수적인 바, 정부는 계도기간 동안 보건의료전문가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상시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며 "의료계의 합리적인 의견들을 반영해 우리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소아청소년과학회 역시 비대면 진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놨다. 비대면 진료는 적절한 의사표현이 어려운 소아환자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환자 피해 발생에 대한 책심 소재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정부가 휴일과 야간의 경우 대면 진료 기록이 없는 18세 미만의 소아 초진 환자도 의학적 상담이라는 명목으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며 "비록 처방은 불가하다고 했으나 이것은 급성기의 간단한 증상이라 할지라도 위험성이 과소평가 돼서는 안되는 소아청소년 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실상 초진 허용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 및 해결 방안 또한 제시되지 못했다"며 "어린 소아에서 발열을 포함한 급성기 증상은 문진만으로 그 원인 확인이 어려워 시의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대면 진료를 통한 신체검진과 진단검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소아환자는 적절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문진만으로는 치명적인 위험 신호들을 놓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아 급성기질환은 적시에 치료되지 않으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 진료 시 오진이나 진료 지연으로 인한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학회 측 판단이다. 따라서 제도 시행에 앞서서 철저한 검증과 연계 대면진료 시스템 구축이 전제돼야 소아청소년의 건강과 안전의 위협이 최소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비대면 진료의 법적, 제도적 정비를 완결한 후 적절한 대상 환자에 한해서 안전하게 제한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세심한 검토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며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질환은 접근 취약지 혹은 이동 제한적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만성질환으로 한정하라"고 제시했다.

이어 "현재의 소아청소년 진료 위기상황 해결을 위해 정부가 안전성과 효과가 불분명한 비대면 진료의 성급한 추진보다는, 국민 편의를 위한 1차 의료기관의 야간, 휴일 대면진료 확대와 상시 안전한 진료를 받을 국민의 권리를 위한 23차 의료기관 응급의료센터와 배후 입원진료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목표로 해 강도 높은 재정적 지원과 정책개선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