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협회 '광고자율분쟁조정기구' 설립 추진

업체간 고발성 광고민원 폭증,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 문제로

화장품산업 '정부 주도형'서 '민간 주도형'으로 전환 필요
민간 자율조정 통해 공정경쟁 촉진…소비자 신뢰 확보도


화장품업계가 광고자율분쟁조정기구(가칭)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고자율분쟁조정기구는 화장품 광고에 대해 소비자가 제기하거나 기업 간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로 현재 대한화장품협회가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명규 대한화장품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출입기자 브리핑을 통해 "광고자율분쟁조정기구의 도입 취지는 광고 표현에 대한 기업 간 분쟁을 일차적으로 기업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화장품 산업을 기존 정부 주도형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기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화장품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와 책임판매업체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화장품 제조업자에게 제조를 위탁하고 완성된 화장품을 유통·판매하는 책임판매업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이는 화장품 기업 간 과다경쟁을 심화시켜 경쟁기업의 광고에 대한 과다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기준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는 4428개, 책임판매업체는 2만2716개에 달한다. 이와 함께 국민신문고나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유선전화를 통해 제기된 화장품 광고에 대한 고발성 광고 민원의 수는 연간 약 1만~1만2000건으로 추정된다(협회 집계).

업계에서는 이처럼 화장품 광고에 대한 고발성 민원 급증은 광고 표현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극도로 위축시켜 기업의 혁신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의욕까지 상실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발성 민원의 처리에 과도한 행정력이 소모되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표시·광고에 대한 일반적인 금지표현의 예시를 제시하고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 주요 대상에 관한 세부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분쟁해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는 이러한 식약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광고 민원 증가로 인한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 △정부가 분쟁재발 방지에 주력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광고의 자율성과 창의성 제한 △화장품법만으로 위반여부 판단 모호 △미국, 영국, 일본 등도 정부 개입을 최소화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국내에도 민간형 광고자율분쟁조정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화장품 등의 경쟁기업 간의 광고 분쟁에 대해서는 민간 분쟁 조정 시스템이 정착, 발전돼 왔다.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민간의 자율적인 조정을 통해 기업의 혁신과 공정경쟁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 NAD(National Advertising Division)나 영국 ASA(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에서 운영하고 있는 분쟁 조정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제3자가 분쟁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해 분쟁을 민간에서 자주적으로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조정'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미국, 유럽 등에서는 광고 표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위축시키지 않고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기술의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면서도 산업계 스스로 자율규제와 정화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화장품협회도 분쟁조정기구의 도입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미국 NAD나 영국 ASA와 같이 기업 간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형 분쟁해결 제도에 대한 분쟁 당사자들의 인식 부족, 사업자단체의 대표성과 분쟁해결기구의 중립성에 대한 분쟁당사자들의 불신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이명규 부회장은 "완전 자율분쟁조정의 한계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자율규제기구의 대표성을 승인해주고 이러한 승인을 받은 자율규제기구에서 분쟁조정기구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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