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의료 과학적 검증으로 옥석 가리자

[시론]

최근 보건복지부가 산하기관인 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각종 유사의료행위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위원회를 설립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검증절차를 거쳐 국민적 합의가 선행된 뒤 유사의료행위 개별법 입법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유사의료법을 별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변재진 장관도 그랬고 유시민 전 장관도 그랬다. 의료법 전부개정법률안에서 삭제된 유사의료행위에 대해 의료법이 아닌 별도의 법으로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말이다.

유 전 장관이 “의료법에 근거조항이 있든 없든 유사의료행위에 대한 별도 법을 입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변 장관은 “유사의료행위 법제화를 위한 실태조사를 하반기에 시행하고 제도화에 따른 파급효과도 연구할 것”이라며 정책기조를 계속 이어왔다.

복지부도 “우선 유사의료행위의 종류와 행위 등에 관한 기초조사와 연구를 검토해 추진할 예정”이라며 “향후 유사의료행위에 대한 법제화를 위해서는 유사의료행위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와 전문가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 방안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재차 확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복지부는 왜 한의계가 반대하는 유사의료법 제정을 추진하려 하는 것일까.

최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의료행위의 경계선에 위치한 수지침과 같은 유사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 욕구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문제는 유사의료 서비스와는 다소 동떨어진 수백 가지의 보완대체요법들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무분별하게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번 복지부가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유사의료행위 조항을 신설하려 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유사의료행위를 양성화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의료행위의 기본을 정한 조항만 의료법에 만들어놓고 구체적인 내용은 개별법으로 정하겠다는 것이었지만, 한의사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유사의료행위 규정이 아예 삭제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의사가 불치병이라고 진단했더라도 환자 자신이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누구라도 고칠 능력만 있다면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보완대체요법은 종류도 다양하고 방법도 무수히 많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많으며, 사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불치병이나 난치병에 진단받은 환자들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떤 방법이든 효과만 있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이런 환자들이 치료효과와 부작용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보완대체요법에만 매달려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것을 그냥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국가가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국민들 스스로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자가치료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랬을 때 건강보험 재정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고 국민의료비 부담도 줄여나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복지부의 유사의료행위 실태조사 착수는 매우 시의 적절하고 현실적이며, 고령사회에 대비해 건강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에 수많은 유사의료 서비스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옥석을 가리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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