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허영섭 회장을 기린다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백신을 100%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백신 생산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밀려 적시에 필요한 백신을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 공급하는 나라는 미국, 영국, 러시아 그리고 중국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산 백신은 효능이 떨어진다고 해서 많은 나라들이 기피하는 상황이다.

백신 생산과 공급에서는 철저히 자국 우선주의가 통용된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일본에서도 자체 백신을 생산하지 못해 올림픽 개최와 맞물려 부정적인 여론이 일었다. 가능하다면 우리나라에서 먼저 백신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백신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던 녹십자 허영섭 회장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과거 한타바이러스 백신은 물론 B형간염 백신도 만들어 낸 적이 있다. 이 두 백신은 바로 녹십자의 공적이다.

한타바이러스는 한국전쟁 중 문제가 야기됐던, 이른바 유행성출혈열 예방을 위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기울였던 백신이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 교수였던 이호왕 박사가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연구를 계속한 결과 한타바이러스를 찾아냈고, 뒤이어 녹십자의 지원을 받아 백신이 개발됐다.또한 B형간염이 흔했던 당시 간장병 치료에 전염했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정룡 교수의 연구와 녹십자의 지원으로 B형간염 백신 개발에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도 백신 연구개발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와 SK같은 대기업은 물론 다수의 제약업체들과 바이오벤처들도 백신 개발에 속속 나서고 있다.

백신 개발을 비롯한 제약산업은 아직도 선진국이 독점한 상태다. 허영섭 회장은 당시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체적으로 혈액제제뿐만 아니라 백신 개발까지 힘썼다. 이와 같은 허 회장의 공적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물론 이런 백신 개발에는 이호왕 박사나 김정룡 교수의 연구가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노력들을 발판으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자체 생산을 위한 기운이 움트고 있다. 곧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허영섭 회장을 만난 적은 없다. 오래전 백신 개발과 관련된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 나는 허 회장으로부터 연구보조비를 받은 적이 있고, 과학기술 유공자로 훈장을 받자 나에게 축전까지 보내온 것을 기억한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인연과 좋은 추억을 남기는 분들이 있다. 그중 내가 각별하게 기억하는 분이 허영섭 회장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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