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대호갈비’와 유대진 사장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나는 잠실종합운동장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가끔 주변 음식점을 찾아 외식을 한다. 그중 30년 넘게 다니는 단골집이 있다. ‘대호갈비’란 고깃집인데, 유대진 사장이 운영하는 이 집은 1998년 처음 문을 열었다. 그는 나와 인연이 깊은 박순영 교수(경희대학교 명예교수)와 중학교 동기여서 자주 들러 옛날얘기도 하며 지낸다.

소갈비나 생고기 같은 비싼 메뉴도 있지만 돼지갈비 같은 서민적인 메뉴도 있어서 주변에선 꽤 유명한 음식점이다. 유 사장은 나와 취미도 비슷해서 동네 목욕탕에서 만나 한담을 나눈 적도 있다. 참 좋은 분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식성이 젊었을 때보다는 사뭇 까다로워졌지만 이 집 음식은 내 입맛에 잘 맞는다. 요즘도 가끔 들러 식사를 하고 박순영 교수나 유 사장이 잘 알고 있는 김남주 박사 얘기로 꽃을 피우기도 한다. 나이 들수록 가까운 사람들이 많은 것이 좋고, 흉금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 이곳은 입맛이 없어서 음식을 먹으러 갈 때도 있지만, 옛날얘기나 서울 변천사에 대해 서로 얘기할 수 있어서 더 좋다. 서울 사람인 유 사장은 이 음식점을 통해 많은 고객과 개인적인 친분도 쌓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새는 코로나 인플루엔자 때문에 멀리 나가 외식하는 경우는 줄었다. 대신 집에서 가까운 맛집들을 자주 찾아다니는 편이다. 일전에도 대호갈비에 들러서 유 사장과 박순영 교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나는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고 전라도나 경상도 음식도 좋아한다. 하지만 날생선이나 젓갈은 선뜻 먹게 되지 않는다. 홍어삼합 같은 유명한 음식도 구태여 찾아서 먹을 정도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서 오밀조밀 살고 있지만, 지방에 따라 입맛에 맞는 음식이 따로 있다.

내가 대호갈비를 좋아하는 것도 이 집이 원래 서울식이어서 젓갈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내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반찬도 입맛을 돋운다. 요새는 찐 단호박을 조청에 버무린 반찬이 나오는데, 고기와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다. 여기에 유 사장과 마주 앉아 지나간 얘기를 나누다 보면 중학교 때부터 서울에서 공부한 나로서는 회포를 푸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또한 가끔 인사를 나누는 사장 부인의 상냥한 태도도 나를 기분 좋게 한다. 내게 잠실 근방 음식점을 추천해 달라 한다면 후덕한 유 사장의 ‘대호갈비’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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