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지방대신 근육량만 줄어 다이어트 역효과 당뇨·고혈압 등 지병 있을 땐 생명까지 위협 최근 단식(斷食)이 짧은 시간에 쉽게 살을 빼주는 다이어트의 한 방법으로 잘못 인식돼 각광을 받고 있으나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부작용과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어 무턱대고 따라하다가는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식을 하면 지방보다 근육량이 많이 줄어서 기초대사량이 줄어들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 원래보다 더 뚱뚱해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자칫 심장 근육의 손상과 부정맥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특히 당뇨나 고혈압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이 섣불리 단식에 뛰어들었다가 다른 영양소까지 결핍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 전국에 단식원 성업중 ‘10일 10Kg 감량목표, S라인, 하체집중관리’(ㅂ단식원), ‘장○○ ㄷ대학 교수 지도’(ㅅ단식원), ‘배고픔 없는 한방 허브 음료, 뱃살특효’(ㅅ여성단식원), ‘삼림욕과 온천욕, 미용 체질개선’(ㄱ단식원). 다이어트 열풍 속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단식원의 광고문구다. 단식원은 전국적으로 1000여 군데가 성업 중이며, 저마다 자사의 단식 프로그램이 다이어트와 난치병 치료에 효과가 우수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단식원. 이곳에서는 단식 프로그램이 보통 3일부터 한 달까지 다양하다. 1주일에 30만원 정도만 내면 요가와 경락 마사지 등 단식원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주로 장청소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많이 찾고 있으며, 남자들의 경우 담배도 끊고 뱃살도 많이 들어가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이 단식원의 한 관계자는 “부작용은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거의 없으며, 일시적으로 배변 곤란이 있으나 섬유질 식사를 하면 금방 괜찮아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이 있는 사람도 평소 복용하던 약을 끊고 1주일 정도 잘 견딘다”며 “처음에 1, 2일차는 혈압과 혈당이 일시적으로 좀 올라가지만, 3일차부터는 정상치로 돌아온다”고 단식 효과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단식을 통해 당장 체중을 줄였더라도 그 이후 회복단계에서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얼마못가 요요현상과 함께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되는 일이 다반사다. 게다가 단식원은 행정관청의 허가 없이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거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난치병 치료” vs “백해무익” 단식을 자주하는 사람들은 살을 빼고 몸의 독소를 배출하는데 단식만한 것이 없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단식은 유태교, 회교, 불교 등에서 종교적 수양을 위해 행했던 데서 유래했다. 단식 옹호자들은 단식을 하면 소화기관이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이때 체내의 독소가 배출된다고 주장한다. 또 혈액의 점도가 낮아져 영양분을 체내의 더 깊은 곳까지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소화기관이 쉬는 동안 쓰지 않는 에너지를 면역기관이 쓰게 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따라 군살이 빠지고 변비, 두통, 냉증, 생리불순과 같은 잔병들이 사라지며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백혈병, 근육병 등과 같은 난치병 치료에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도 단식을 스스로 몸을 치료하는 방편의 하나로 보고 있다. 비정상적인 체액인 담음(痰飮)이나 어혈(瘀血)을 배출하는 효과적 수단의 하나라는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습관병은 음식의 과다 섭취로 생긴 잉여 에너지와 노폐물이 간, 췌장, 신장 등 인체 장기에 축적된 결과라며 인체 구석구석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하는 단식을 통해 당뇨, 고혈압, 신장병, 관절염 등 이른바 생활습관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양방에선 단식을 제 몸을 해치는 백해무익한 것이라고 잘라 말할 정도로 한방과는 180도 다르다. 특히 단식이 몸에 좋다는 한방의 주장에 대해 아무것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게 없다고 비판한다. 단식을 오래하면 오히려 신체적 누적피로가 가중돼 독성물질이 축적되고 이는 간과 신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혈중 무기질농도가 떨어져 부정맥이 올수 있고 빈혈로 인해 면역력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더구나 지병이 있는 환자의 경우 혈당·혈압조절에 지장을 줘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전문의들 경고 잇따라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마치 먹이가 없으면 게가 제 살을 파먹는 것처럼 단식을 하면 우리 몸의 다른 조직이 분해돼 영양소로 공급된다”며 “이 때문에 근육이 줄어들고, 뼈 속에서 칼슘이 빠져나와 골다공증이 생기며, 간에서 생긴 지방산을 제대로 처리 못해 담석증이 생기는 등 여러 부작용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단식하면 몸에 비축된 에너지를 쓰게 되는데, 그건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오래 가면 단백질 부족, 뇌기능 저하, 심한 경우 심장 근육의 손상과 부정맥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이어 “탈모, 생리불순 등의 이상이 생기고 장기적으로는 골다공증이나 빈혈 같은 심각한 대사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도 “단식을 하면 인체가 이를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에너지 소비를 극한까지 줄이게 된다”며 “그 결과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어 단식을 마친 뒤엔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하게 된다”고 말했다.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진료부장인 조용욱 교수는 “권장된 칼로리보다 적게 섭취하면 당뇨병이 빨리 낫는 것으로 잘못 생각해 단식하는 사람도 있다”며 “하지만 단식은 신체에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특히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당뇨병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영양학적으로 더 많은 손상을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단식을 하면 일시적으로 혈당이 감소할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해 다른 영양소까지 결핍될 수 있다”며 “이는 마치 자동차를 어느 한 부품만 비정상적으로 수리해서 성능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수리한 부품은 물론 다른 정상적인 부품까지 고장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바른 건강정보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공단에서는 “단식을 하다 보면 신경이 예민해지기 쉽고 전해질 이상이 생겨 간혹 근육이 파괴되기도 한다”며 “단식을 하면 지방보다 근육량이 많이 줄어서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고 시간이 지난 뒤 원래보다 더 뚱뚱해질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 체중감소 일시적 현상 전문가들은 단식이 심한 비만증에서 체중감소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기도 하지만 굶지 않고 먹는 양을 줄이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 부작용이나 위험성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식사습관의 변경이 없는 일시적인 단식은 약간의 체중을 줄일 수 있지만 단식을 끝내자마자 단식하기 전의 체중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식을 할 경우 의사의 진단이나 지도 하에 엄격히 해야 하며, 발생가능한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당뇨병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은 섣불리 단식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체중감소의 효과보다는 혈당조절의 약화와 함께 특히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체내에 당분의 형태로 저장돼 있는 에너지는 아주 작은 양이므로 오래 단식하게 되면 몸 안의 지방질을 분해해 에너지로 이용하게 된다. 인슐린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지방질을 분해할 때 생기는 케톤산이 증가돼 산혈증에 빠지고 혼수상태가 된다. 단식자체가 우리 몸에 큰 스트레스가 되며 탈수증을 일으켜 당뇨병에 나쁜 영향을 준다. S라인의 늘씬한 몸매에 대한 환상과 비만이 죄악시까지 되는 사회 풍조 속에서 무분별한 단식을 통한 살 빼기로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는 요즘. 체중을 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과서적이긴 하지만 역시 적당한 칼로리 섭취와 운동이다. 짧은 시간에 쉽게 살을 빼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체질과 조건에 맞는 건강한 살 빼기를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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