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다음달 1일 스팸과 햄·소시지 등 육가공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발표에 대해 소비자단체가 원가 압박이란 이유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원영희, 이하 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원재료 가격 변동 추이를 근거로 CJ제일제당 가격 인상의 타당성 여부를 분석한 결과, 스팸 가격이 10년간 22.7%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캔햄의 가격을 3~4년에 한 번꼴로 인상한 셈이다.
협의회 분석에 따르면, 2011년 5월에는 스팸 클래식(340g)이 4600원에서 5200원으로 13.0% 올랐고 2014년 7월에는 5.4%, 2018년 3월에는 7.3% 인상됐다. 올해 7월에는 기존 5880원에서 6380원으로 8.5% 인상된다.
CJ제일제당은 이번 가격 인상의 근거를 돼지고기와 캔 원자재인 알루미늄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원가 압박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이에 대해 “원재료 가격 하락 시에는 원가절감 효과를 업체의 이익으로 취하고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1년 구제역 파동이 발생했을 때 업체는 스팸 가격을 13.0% 인상했지만 이후 돼지고기 수입가격이 2년 전보다 6.0% 하락하던 2013년에는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4년 가격 인상 이후인 2016년에도 원재료 가격이 14년 대비 5.5% 하락했지만 원재료 인하 효과를 소비자와 나누지 않았다. 심지어 7.5%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2018년에는 원재료 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5.4%나 하락한 상황이었다.
협의회는 현재 CJ제일제당이 과거와 비슷한 논리로 원재료 가격의 과도한 상승률을 전면에 내세우며 가격 인상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J제일제당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영업이익률은 2019년 3.5%로 최저점에 도달한 이후 2020년 4.8%, 2021년 1분기 5.2%로 이익률이 계속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원가율 역시 2019년 72.9%에서 2020년 71.0%, 20201년 1분기 70.3%로 하락추세로서 원가율이 낮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CJ제일제당이 원가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원재료 하락 시점엔 기업 이익으로 가져가
CJ제일제당은 캔의 원자재인 알루미늄의 가격이 작년 대비 60% 급등해 원가 압박을 가중시켰다고 밝혔으나, 협의회에서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국제 알루미늄 가격을 원화로 환산한 결과, 오히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연평균 12.9%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에는 톤(ton) 당 192만1천원에서 2019년 153만9천원으로 19.9% 하락했으며, 2020년에는 144만8천원으로 전년대비 5.9% 하락했다. 2021년 1~5월에는 평균 197만6천원으로 2020년 대비 36.4% 상승했지만 이는 업체가 주장하는 전년 대비 60% 급등했다는 주장과도 맞지 않는 것이다. 알루미늄값이 최저가격이었을 때인 2020년 4월의 가격과 2021년 4월을 비교한 것으로 등락 폭이 있는 원재료에 대해 시점 간의 비교는 타당치 않다는 분석이다.
협의회는 “CJ제일제당의 이번 가격 인상은 일시적으로는 기업에 유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시장 안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의 공포 속에서 업체의 가격 인상으로 인한 후발업체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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