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한의사들 첩약 처방 공개해야

얼마 전 신문에 식당의 갈비탕은 대부분 중국산 통조림 갈비탕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국산 갈비를 사용해 갈비탕을 만드는 줄 알고 있었다. 이로 인해 결국 식당업자는 다수의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는 식품위생법 시행령을 30평 이상의 음식점에서는 원산지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개정해 이러한 문제를 보완한다고 한다. 식품도 이렇게 품질관리를 하고 있는데, 하물며 의약품으로 쓰이는 한약재는 어떠한가.

□ 한약재의 소비자 불신 심각

녹용이 들어간 첩약을 처방해 환자는 첩약 값을 지불했지만 정작 환자에게는 녹용이 빠진 첩약이 전달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의원을 이용하는 국민 대다수는 의료인인 한의사를 전적으로 신뢰해 믿고 맡기지만, 방송이나 언론에는 안전성이 문제되는 약재, 저질 중국산 한약재가 첩약의 원료로 사용됨으로 해서 한약재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한의학이 불신 받고, 환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풍토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우리 역사의 소중한 가치 중의 하나를 잃는 것이 될 것이다. 이제는 한약재에 대한 소비자 불신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구조 속에서의 소비자는 어떠한 원료를 사용해 첩약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정보 접근이 근원적으로 차단돼 있다. 지금까지 첩약에 대한 정보는 검은 색의 액체라는 점과 파우치로 포장돼 수량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의 전부다.

작은 동네식당도 위생을 강화하기 위하여 주방을 오픈하며, 고객이 주방의 위생상태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유리벽을 설치하고 있다. 한의원을 찾는 소비자는 내가 먹을 첩약을 어떤 원료를 사용해 만들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 한의사는 처방 공개 불가

한의사들의 첩약 처방 공개 불가의 이유를 몇 가지로 주장하고 있다. 첫째, 첩약 처방 공개는 결국 비방의 공개로 인해 지적재산권의 손실을 우려해 반대하는 주장이 있다. 둘째, 첩약 원료를 어떤 것을 사용할 것인가는 의료인의 고유영역이라는 주장이다. 셋째, 처방 공개는 결국 소비자가 직접 약재시장을 가서 지을 것이어서 한의원 기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첫째의 경우는 비방의 특허등록을 요구하며, 특허법상 비방의 등록이 용이하지 않다면 이에 대한 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의 경우는 “어떤 원료를 사용할 것인가는 의료인의 고유영역이다”라는 주장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한의사가 특정한 한약재를 선택했다면 그에 대한 근거는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국산 반하도 있는데, 중국산 반하를 첩약에 넣었다면 왜 중국산 반하가 더 좋은지에 대한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처방공개로 소비자가 처방전을 들고 약재시장을 가서 직접 지어 먹는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음을 다음과 같은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지역마다 첩약 가격이 다르지만 대체로 보약 한재에 20만원을 받는다. 일예로 십전대보탕을 한의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약재를 구매해 달인다고 가정해 보자.

△인삼(중국산 1만6,000원, 국산 2만9,000원) △백출(중국산 3,800원, 국산 1만3,500원) △감초(중국산 5,800원(국산 없음)) △숙지황(중국산 1만3,000원, 국산 3만3,000원(1kg, 9증9포)) △작약(중국산 2,000원, 국산 5,500원) △천궁(중국산 3,000원, 국산 6,700원) △당귀(중국산 3,500원, 국산 7,700원) △복령(중국산 2,700원, 국산 1만4,000원) △황기(중국산 3,000원, 국산 1만원(1년근)) △육계(중국산 2,700원(국산 없음)) 등을 합한 총액은 중국산이 10만6,800원, 국산이 12만7,900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탕제비(1만5,000원)가 붙는다 하더라도 중국산은 12만1,800원, 국산은 14만2,900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어떤 한약재가 품질이 좋은 것인지를 모르며,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라는 단서를 붙인다면 그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된다.

□ 첩약 원가에 대한 비교

현재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한약재의 가격은 원산지가 어디인가 그리고, 품질에 따른 가격 차등이 존재하고 있다.(비교한 한약재 가격은 1근 기준으로 도매업소의 한의원 공급가이며, 품질은 중품을 기준)

한의원에서 주로 사용하며, 비교가 용이한 처방 몇 가지를 통해 첩약 원가(대시호탕, 팔물탕, 육미지황탕, 삼소음, 곽향정기산의 한재를 기준으로 한 원가)를 살펴보자. 대시호탕의 경우 2.92배, 팔물탕은 2.21배, 육미지황탕은 2.81배, 삼소음은 1.78배, 곽향정기산은 1.83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산 한약재가 무조건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라고 본다. 문제는 국내로 수입돼 들어오는 중국산 한약재가 품질이 어떠하냐는 것이 논점이라 생각한다. 소비자는 중국산하면 기본적으로 품질이 떨어질 것 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며, 가격이 비싸면 중국산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떨어진다.

비록 중국이 재배원가 및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격적 유리함은 있지만, 수입업체의 마진을 고려해 저가 약재를 위주로 수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수입업체는 고품질을 위주로 수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중, 하품 위주로 수입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위품(광금전초를 금전초로 수입, 은시파극을 파극천으로 수입, 대황을 종대황 등으로) 수입해 판매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일부 한의사들은 어떤 한약재를 사용할 것인가는 의료인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한약재는 많은 위품과 원산지 변조로 한의학 관련 전문가도 식별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현실인데, 한의사는 그것을 어떻게 식별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의료인의 고유권한이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위품이나, 불량약재의 사용으로 소비자의 피해나 한의학의 가치 하락이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농산물품질관리원이나 식약청에서 원산지 변조된 한약재에 대한 감별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함으로 해서 일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인의 고유권한만을 주장한다면 결국 이러한 문제를 방조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납득하기 어려운 견해라 생각한다.

또한, 단순히 값싼 약재 사용으로 첩약 원가 절감이라는 작은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 아닌가하는 오해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 품질이 좋은 것은 가격이 비싸다.

한의사의 첩약 처방 공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일부 한의사의 저가(저품질) 한약재 사용으로 인한 한약재 불신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 품질은 좋은 상품은 가격이 비싸며, 반대로 가격이 비싼 제품은 품질이 좋은 것이다.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이 싼 제품은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이상임을 짚고 싶다.

그동안 한의사들은 한약재 품질에 대해 자신이 없으니 몇 십 년 동안 엄청난 물가상승이 있었지만, 첩약 가격은 동일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고품질 한약재를 사용한다면 첩약 가격을 인상해라. 그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고품질 한약재를 사용하면 약효가 더 좋을 것이며, 소비자의 반응도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대금을 지불하는 소비자는 질 좋은 원료를 사용했는지, 반대로 저품질 한약재를 사용했는지에 대해 당연히 알고 싶어 한다. 소비자는 국산 한약재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음을 많은 정부기관의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따라서 최소한 국산 주요재배 한약재(48종)와 인삼, 녹용에 대한 원산지 공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제가 하는 주장은 의료법, 의료법 시행규칙 어디를 바꾸자는 주장이 아니다. 법은 항상 현실보다 뒤쳐지며 최소한의 규정이다. 또한 제가 제기하는 의견이 법리논쟁으로 변질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문제는 소비자이다. 소비자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비자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상품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당연한 시장논리이다. 법에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것은 결국 소탐대실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선출된 한의사협회 회장의 공약중 하나가 ‘동네한의원 살리기’이다. 저는 동네한의원을 살리기 위한 방도 중 가장 핵심이 ‘한약재 품질의 고품질화를 통해 소비자로부터의 신뢰회복’이라고 생각한다. 한의사들의 소비자에 대한 자체 설문조사라도 해서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귀 기울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 본지에 이글을 제보한 김혜경씨는 “한의약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어 실명을 밝히기 매우 부담스러워 익명으로 원고를 남긴다”며 “이 글이 단초가 되어 불합리한 한의원 첩약의 문제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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