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한 매체에서 자국의 절임 채소 음식인 ‘파오차이(泡菜)’에 대한 산업표준이 김치산업 국제표준으로 제정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 정부와 업계의 대다수 의견이다.
세계김치연구소(최학종 소장 직무대행)는 “한국 김치와 중국 파오차이는 제조 공정과 발효 단계에 있어 큰 차이점이 있다”라며 “김치는 지난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 규격을 인증 받은 우리 고유의 식품이다“라고 밝혔다.
채소절임은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계절의 변화가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서나 채소절임 식품이 발달할 수 있다. 실제로 김치 이외에도 파오차이, 쯔게모노, 사우어크라우트, 피클 등 다양한 절임식품들이 있다.
김치는 발효식품이라는 점에서 절임식품과는 다르다. 대부분 채소 절임식품은 채소를 소금이나 식초 등에 절여먹는 반면, 김치는 1차로 배추, 무 등 원료 채소를 소금에 절인 후, 절여진 채소에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등 다양한 채소를 부재료로 양념해 2차 발효시킨 음식이다. 이처럼 생채소를 1, 2차로 나누어 발효시키는 식품은 전 세계적으로 ‘김치’가 유일하다.
두 번의 발효과정을 거치는 동안 원재료에 존재하지 않던 각종 영양 기능성 물질들과 유산균이 새로이 생성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따라서 김치의 ‘발효’가 다른 나라의 절임채소류와 달리 건강기능성을 갖춘 식품으로 자리 잡게 된 중요한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ISO 표준을 제정한 파오차이는 소금과 산초 잎, 고수 등을 물에 넣고 끓인 다음 식힌 즙에 각종 채소를 넣고 절인 식품으로 제조 공정에 조미 단계를 추가해 맛을 부가시키는 특성이 있다. 김치처럼 추가 부재료를 사용해 2차 발효시키지 않는데다 살균 공정을 거치며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김치와는 전혀 다른 식품이다.
김치와 타국의 채소절임식품은 차이점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김치 종주국 논란으로 인해 지난 2001년 우리나라의 김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김치(KIMCHI)‘로 최종 국제 규격을 인정받았다.
사실 김치 규격을 제정할 당시에 이해당사국인 일본과는 4차례에 걸친 실무협의를 통해 규격명을 ‘기무치’가 아닌 ‘김치(KIMCHI)‘로 통일하는 대신, 일본이 제안한 일부 식품첨가물에 대해 부분적으로 수용한 단일 규격안을 마련해 김치의 국제 규격을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당시 파오차이가 아닌 ‘김치’는 생소한 식품으로 인식해 코덱스 제정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실제 중국은 2003년 사스 발생 이후 김치의 상업성이 부각되면서 김치 공장이 생겨나게 됐고, 2000년대 후반 한국으로의 수출 증가로 인해 김치 생산량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 중국이 김치를 많이 수출하게 되면서 국제표준화기구(ISO)에 ‘파오차이’에 대한 표준을 제정했으나, 김치와 파오파이는 다른 식품이기에 해당 표준은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김치는 전 세계 채소 발효식품 중 유일하게 국제식품규격을 갖고 있는 식품이다. 바꿔 말하면 세계적으로 품질과 위생안전성이 인정된 채소류 발효식품은 김치가 유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프랑스 연구진이 국가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김치’를 주로 먹는 식생활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왔다고 발표하면서 김치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김치연구소 최학종 소장 직무대행은 “최근 김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매체의 근거 없는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된 것 같다”라며 “앞으로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의 우수성을 보다 과학적으로 규명해 전 세계적으로 알림으로써 더 이상 이와 같은 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치의 계승·발전과 관련 산업의 진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정적인 원료조달, 품질과 경쟁력 제고, 수출확대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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