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孝잔치 여는 ‘실명’ 개그맨 김 민

“소외 노인들 즐거움이 나의 행복”

  
“있는 재능 드리는 건데요 뭐. (재능은)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잖아요. 공연이 끝나고 할머니들이 몸뻬바지 주머니에서 사탕 꺼내주면 눈물이 절로 나죠!”

개그맨 김민(54)씨. 앞을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의 시각장애를 안고 있으면서도 수년간 봉사활동을 통해 소외된 노인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그는 1980년 6월 동양방송(TBC) 공채 개그맨 2기 출신으로 고 김형곤, 장두석, 이성미, 이하원, 조정현, 정명재가 동기다. 그는 당시 수천 명이 응시한 ‘제2회 TBC 개그콘테스트’에서 최종 결승에 통과한 36명중 3등으로 선발될 정도로 끼가 넘친다.

그는 스스로 개그맨의 천성을 타고났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일 좋아한 ‘짝사랑’을 부른 가수 고 고복수씨가 그의 외삼촌이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언론통폐합으로 TBC가 한국방송(KBS)에 흡수되면서 새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김씨는 개그맨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이후 생계를 위해 야간업소에 나갔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아 지금도 우리나라 대통령 성대모사 등 특유의 만담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성대모사는 호흡 조절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발음해야 되죠. 나 이사람 믿어주세요~” 인터뷰 중에 들려준 노태우씨 등 전직 대통령 성대모사는 진짜로 착각할 정도로 거의 똑같았다.

그는 특히 2001년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녹내장으로 오른쪽 눈을 잃었고, 왼쪽 눈마저 백내장으로 갈수록 악화돼 얼마 못가서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될 처지다. 보통 사람 같으면 정신적으로도 감내하기 힘들만큼 기막힌 운명을 안고 있다.

의사가 수술을 하더라도 고치기 힘들다고 말해 안타깝기만 하다. 김씨는 지금도 하루에 5가지 안약을 아침, 점심, 저녁 세 차례 넣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그러나 힘든 형편에도 불구하고 지인들과 함께 ‘기쁜우리공동체 늘 푸른샘’이란 봉사단체를 결성해 웃음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이 단체에는 악단장 강길성(51)씨와 82년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인 김호평(48)씨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한달에 한번씩 청운양로원(서울 구기동), 나눔의 샘 양로원(의정부 민락동), 꽃동네(경기 현리), 영보자애원(경기 안성) 등을 찾아 두 시간씩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물론 노인들이 좋아하는 단팥빵과 사탕, 웨하스 등을 꼭 사 갖고 간다. 소외된 노인들이 즐거워하는 것이 곧 자신의 즐거움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사람의 마음 마음에는 코스모스 씨 같은 조그마한 것이 있다”며 “우리나라 사람 한 사람씩 씨 하나를 내놔도 밝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온정의 손길을 기대했다.

김씨는 오는 5월 6일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 종묘공원 국악정에서 ‘제4회 동방예의지국 경로 효(孝) 큰잔치’ 행사를 벌인다. 이 행사에는 ‘손에 손잡고’로 유명한 가수 코리아나와 ‘추풍령고개’ 남상규씨, ‘정에 약한 남자’ 고영준씨, 손인호씨의 아들 손동준씨, ‘수덕사의 여승’ 송춘희씨와 국악인 안소라 등도 출연한다. 연락처 010-663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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