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위생 ‘엉망’

대장균·병원균 검출에 불결한 유통도 문제로
성수기맞아 판매급증 위생기준 마련 시급

주부 최민형(경기도 시흥·34)씨는 지난 토요일 아이스크림을 사먹기 위해 할인점 내의 소프트 아이스크림 판매대에 갔다가 기겁을 했다. 무심코 아이스크림을 아이들에게 건네주다가 땟자국으로 얼룩져 있는 고무받침대와 이물질이 잔뜩 묻어있는 기계 입구를 발견한 것.

최씨는 곧바로 항의하고 환불받았지만 그동안 아이들이 그 불결한 기계에서 판매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고 생각하면 진저리가 났다.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아이스크림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대장균이나 일반 세균이 검출되는 사례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하절기를 맞아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44개 업소에 대해 기획단속을 벌인 결과 대장균이 기준치(㎖당 10마리 이하)를 초과하는 사례를 비롯해 종업원 위생교육 미실시, 자가검사 미실시 등 다양한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주요 위반 사항으로는 표시기준 위반 1건, 자가검사 미실시 1건, 위생교육을 받지 않은 종업원의 성분규격 검사 실시 1건, 종업원 위생교육 미실시 1건, 대장균군 기준치 초과 1건으로 나타났다.

식약청도 최근 빙과류 제조 46개업소에 대해 수거검사에 들어갔고 소비자시민모임에서도 문구점, 할인점, 패스트푸드점,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수거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곳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의 위생 상태도 좋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스크림은 원유 함량에 따라 빙과류, 아이스크림류 등으로 나뉘는데 원유 함량이 높을 수록 고급 아이스크림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고급 아이스크림이 곧 위생면에서도 고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원유 함량이 높아 여름철 유통관리를 소홀히 하면 세균의 번식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 비싼 것은 위생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나 막연한 신뢰감은 버리는 게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97년 미국의 쓰리프트페에레스사로부터 수입·판매한 아이스크림 일부에서 병원성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돼 전량 폐기된 바 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미국 다이어리 프레쉬에서 생산한 아이스크림 일부에서 병원성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돼 해당 업체가 자발적으로 약 13만 콘테이너 분량의 아이스크림을 리콜한 적이 있다.
최근 들어 병원성 세균의 검출은 없어졌지만 위생의 지표가 되는 대장균은 해마다 검출되고 있다.

아이스크림이 이처럼 세균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아이스크림 원료의 16% 이상을 구성하는 주성분이 우유이기 때문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기회 감염 병원균의 오염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주성분인 우유를 살균 공정하더라도 병원성 미생물이 원유에 생존할 가능성이 있고 제조 공정 또한 살균 및 균질화 공정 외에는 모두 저온 공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스크림의 위생 불량은 유통 과정 중의 위생 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위생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종업원들의 아이스크림 판매, 불결한 관리·보관 등이 세균 오염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등 소비자단체들이 국내 유명 백화점·대형 할인매장에서 판매하는 소프트아이스크림과 대중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후식용 아이스크림의 위생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업소들이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업소들 대부분은 기계를 정기적으로 청소하지 않고 있었고 소프트아이스크림 원료를 제조하는 일부 공장의 경우 위생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작업하는 것이 목격됐다.

특히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대중 음식점에서는 위생관념이 없는 어린이들이 직접 아이스크림을 떠먹게 하는 경우가 많아 제 2의 세균오염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고급 아이스크림 전문점도 마찬가지.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는 스푼의 일종인 스쿱(Scoop)으로 아이스크림을 떠서 컵에 담아 판매하는데 이 때 사용한 스쿱을 물이 담겨 있는 통 속에 넣었다가 반복해 사용하기도 하고 딱딱한 아이스크림을 쉽게 뜨기 위해 스쿱을 물에 묻혀 떠주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스쿱을 담아 놓는 통 속의 물은 스쿱에 묻어 있던 아이스크림으로 인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게 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정윤희 팀장은 “아이스크림은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에 일단 오염된 세균을 박멸하기가 쉽지 않다”며 “아이스크림을 직접 떠주는 판매 종사자들에 대한 위생 교육 강화, 스쿱·소프트아이스크림 기계 등 아이스크림 관련 기구에 대한 청결, 철저한 보관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프트아이스크림, 대중음식점의 후식용 아이스크림은 포장·유통되는 아이스크림의 대장균군 관련 식품 위생 규격 기준(1㎖당 10cfu이하)이 적용되지 않는 등 위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아이스크림 안전하게 먹는법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오래 보관하면 수분이 증발하고 냉동실의 다른 식품 냄새가 배어 맛이 떨어진다.
■대형 용량을 먹을 때는 일정량을 덜어서 먹고 바로 냉동실에 보관한다. 통째로 먹고 남기게 되면 스푼에 묻어 있던 세균으로 인해 아이스크림이 오염된다. 또한 아이스크림이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스크림 속의 부드러운 조직감이 없어져 맛이 떨어진다.
■냉동실에 보관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경과한 아이스크림은 과감히 버린다.
■대중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후식용 아이스크림은 어린이가 직접 뜨게 하지말고 보호자가 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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