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표시기준에만 적합하면 함량 검증없어 CODEX “유기농 원료 95%이상”지침 엄격 관리체계 일원화·국제적 표준 인증마크 필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유기가공식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가짜 유기농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비싼 값을 치르고 유기농 제품을 사먹어야 하는지 고민에 빠져 있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해 12월7일자에 보도한 것처럼 유기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2∼3배 가량 비싸고 유기농산물을 원료로 한 유기가공식품도 덩달아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도 도입을 위해 학계·업계·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나섰다. 이에 본지는 유기가공식품 시장 현황 및 인증제도 도입 방안, 문제점 등을 짚어 본다. 유기농산물은 친환경농업 육성법에 의해 국가가 인정한 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민간 인증기관 10곳으로부터 인증마크를 부여받는다. 이에 비해 유기농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은 인증제도가 없다. 농수산물가공산업육성법 제 13조에 의거 ‘유기농산물 가공품 품질인증에 관한 규정’ 고시를 통해 녹즙 또는 주스류, 녹차류, 분말류에 대해 품질인증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전통식품 산업의 육성 관련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법률상 유기가공식품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 인증제도가 없다 보니 수입 유기가공식품의 통관 시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수출국 인증기관의 인증서 확인만으로 ‘유기’ 표시가 가능하고 국가마다 서로 다른 인증마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기 용어 표시도 우리나라만큼 복잡한 나라는 없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식약산업단 김우선 책임연구원은 “미국,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유기농 식품’을 ‘organic’이라고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유기, 전환기유기, 저농약, 무농약 등 4단계로 구분해 표시하고 있어 매우 혼란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원화돼 있는 유기식품 관리체계도 문제. 현재 원료인 유기농산물은 농림부가, 가공식품은 식약청이 관리하고 있다. 원료라고 해도 수입식품의 원료 인증의 경우 식약청에서 동등성 인정 검토를 담당하고 있다. ◆유기가공식품 시장 급성장 유기식품에 대한 실제적인 논의는 90년부터 CODEX에서 시작됐지만 현행 유기농 원료가 95% 이하일 경우 ‘유기’ 표시를 금지토록 결정된 것은 그로부터 8년이 지난 98년경이 되어서 였다. 당시 CODEX 식품표시분과위원회에서는 공장에서 만드는 사료는 허용을 하지 않는 등 엄격한 지침을 확정했다. 유기농식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발맞춰 지난 5년 간 유럽, 미국, 일본에서의 유기농 식품 시장은 연간 15∼30%의 성장률을 보이는 등 시장이 급성장했다. USDA 산하 경제연구소는 2010년 유기농식품 시장 규모를 미국 450억 달러, EU 460억 달러, 일본 1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유기가공식품은 이유식, 두부, 장류, 소스류, 음료, 건강식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에 따라 유기농식품 전문 매장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의 수요 급증을 반영하듯 풀무원, 삼양사, 유기농하우스, 동원F&B 등 대기업의 이 시장 진출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기농 제품을 포함한 친환경 제품 시장 규모는 8,000억원 대로 판매 매장(온·오프라인 포함)만 90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간 인증기관 지정을… 전문가들은 제조공정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 없이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적합하면 ‘유기’라는 표시가 가능한 현행 제도부터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CODEX나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처럼 유기농 함량 95% 이상일 때만 ‘유기’ 표시와 마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또한 현재 이원화돼 있는 유기식품 관리 체계를 일원화해 종합적인 관리 체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입유기가공 식품에 대한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도 통일된 국내 유기인증마크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우선 연구원은 “수입 유기가공식품의 경우 제조 국가별로 다른 마크를 사용, 소비자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통일된 국내 유기인증마크 도입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현재 유기, 전환기, 저농약, 무농약 등 4가지 인증용어를 하나로 통일하고 수입 유기농산물의 경우 통관과 인증을 동시에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풀무원 유기농전략구매팀 배경근 박사는 “국내에서는 유기농산물에 대한 논의밖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CODEX 가이드라인이나 외국의 유기식품 규정을 참조해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포괄하는 인증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박사는 이와 함께 “유기농 관련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민간 인증 기관 지정을 적극 추진해 농가심사, 승인 및 인증품 출하관리 등의 업무는 민간인증 기관이 담당토록 하자”고 제안하고 특히 “유기농산물의 수입 수출량 증가에 대비,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인증기관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유기농산물과 별도로 ‘유기식품법’을 운영하거나 인증기관과 검사기관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 인증제 도입 검토 농림부는 GAP(우수농산물 관리) 제도 실시에 맞춰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 전반에 대해 체계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우선 친환경 인증의 저농약과 GAP 및 일반 품질인증을 통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며 친환경 인증제도, 품질 인증제도 등 여러 제도를 통합하고 관련 조직도 정비할 방침이다. 또한 현재 4단계로 돼 있는 인증 종류 명칭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식약청도 최근 학계, 식품업계, 소비자단체 등의 유기식품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유기가공식품연구회’를 발족,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도 법령안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식약청은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뢰한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도 도입 및 효율적 관리운영방안 연구’의 수행 결과를 토대로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도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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