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일본 고기덮밥에 밥이 없어진다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일본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음식점을 꼽으라면 소고기덥밥만을 다루는 요시노야(吉野家)와 마쓰야(松屋)가 있다. 일본의 작은 지방도시에서도 미국의 햄버거를 제치고 찾아볼 수 있다. 일본 뿐만아니라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에서도 먹을 수 있다. 내가 알기론 우리나라에선 장사가 안되서 요새 영업을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사람들이 생선을 좋아한다지만 회나 사시미는 값도 비싸고 시골에 가면 없는 곳도 많다. 이 고기덥밥집이 10엔이나 20엔씩 값을 올려도 신문에 대서특필되서 사회적 문제가 되곤 한다. 그런 요시노야가 앞으로는 고기와 함께 제공되는 밥의 분량을 줄이고 당질식품의 분량을 줄이기 위해 칼로리가 낮은 한천(寒天)으로 만든 곤약을 넣어 국수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해서 연일 신문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식품과 영양도 유행을 탄다. 서양사람들 얘기지만 육식을 줄이고 채소를 많이 먹어야 건강하다는 유행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30년이나 40년전에는 고기나 기름기를 줄이고 채소를 많이 먹어야 좋다고 했다. 그러나 근래 영양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생활습관병을 유발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환자를 양산하는데 바로 밥이나 국수 같은 당질식품이라고 해서 이제는 밥 국수 빵을 제한해야겠다는 얘기가 생겨났다. 그대신 단백질과 지방을 많이 섭취해서 우리 건강을 향상시켜야한다는 얘기도 늘어나고 있다.

좀 헷갈리는 얘기다. 한때는 고기와 지방을 적게 먹으라고 하더니 이제는 밥이나 국수의 섭취량을 줄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는 세계적이다. 유럽에서도 햄버거에 들어가는 빵의 분량을 줄이고 지방이 많은 고기를 더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얘기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사람들이 잘 먹어온 삼겹살도 이제는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전에는 콜레스테롤 특히 포화지방산이 성인병을 유발하는 가장 큰 위험인자로 꼽혔지만 이제는 밥을 많이 먹는 것이 나쁘다고 한다.

필자는 30-40년전에 고기를 많이 먹으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에 우리나라 육류소비량은 미국사람들에 비해 반도 되지 않았다. 서양에서 채식이 좋다니까 덮어놓고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을 권고하는 의사들도 많았다. 나는 지금도 육류소비량이 서양사람들에 비해 훨씬 적은 입장에서 채식을 권고하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고기를 많이 먹어서 균형있는 식사가 되야겠다. 이제는 밥으로 포만감을 느끼게 했던 옛날 얘기는 버려야겠다. 고루 음식을 먹고 고기나 삼겹살도 피하지 말고 먹어야겠지만 밥의 분량만큼은 좀 줄여나가야겠다.

일본의 요시노야가 밥의 분량을 줄이기로 방침을 정한 것을 보면 일본에서도 계속 밥의 분량을 줄이는 밥의 소식운동이 지속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남의 흉내만 내서는 안되겠지만 생활습관병을 사전에 차단하기위해선 밥과 국수의 분량을 줄여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곧 세계화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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