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가 거의 남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아랫쪽에 거웃이 없는 무모증은 거의 여자들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다. 여자에게서 여자에게로만 종성유전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모증을 유산으로 물려받는 몽고계통의 여성은 대략 9%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이 비율로 치자면 한국인 가운데는 어림잡아 100만 정도가 해당될 수 있다. 물론 개인마다 정도 차이가 있다. 한때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털없는 원숭이>의 저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이 60년대의 저서에서 ‘사람이 털없는 동물로 진화하게 된 것은 사냥을 잘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즉 털이 줄어든 대신 땀샘이 발달함으로써 추격중 몸의 열을 잘 식힐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가설은 사냥을 도맡는 남성보다 사냥하지 않는 여성이 보다 더 매끈한 피부를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뒤에 그는 인간이 진화도중 물속 생활 단계를 거치면서 털이 없어지게 됐다는 이론으로 한층 비판을 받았다). 영국의 고고학자 티머시 테일러는 이에 대해 인간이 알몸이 된 것은 성적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지지한다. 이는 원천적으로 다윈의 이론에 동의하는 것이다. 다윈은 남자보다 여자가 보다 섹시한 알몸으로의 진화를 선호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특정부위에는 털이 남아있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무수한 가설이 있을 뿐이다. 다윈의 ‘성적 선택(Selection in Relation to Sex)’이론으로 들어가 보면 머리카락을 비롯한 사람의 체모는 모두 ‘특정배우자 인식체계’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들이다. 특히 음모는 기껏해야 이성과 접촉시 완충용이나 남성의 눈길을 끄는 장치, 또는 적당한 습도 유지 정도 외에는 필연적인 용도가 알려진 바 없다. 무모증 자체는 어떤 질병이거나 불편이 따르는 기형이 아니다. 하지만 거웃이 빈약한 여성들 스스로 이를 부끄럽게 여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혹 스스로는 정신적으로 극복을 했다해도 배우자가 이를 싫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모증도 대머리 치료와 같이 거웃이 무성해지도록 ‘비료’를 주거나 간편하게 ‘식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머리털을 간단히 이식하면 처음 한동안은 털이 자라나다가 이윽고 본래의 음모처럼 곱슬거리고 짧은 털의 형태로 자리를 잡는다. 비디오와 사진 등의 영향인지 기왕이면 예쁘게 심어달라는 주문도 심심찮게 받는다. |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