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제약사 매출 순위
광동제약을 마지막으로 국내 10대 제약사의 작년 실적이 발표됨에 따라 지난해 매출순위가 확정졌다. 올해는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해지 파동 및 도입제품을 앞세운 종근당의 실적 급상승이 순위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
먼저, 2015년도 기술수출 신화를 쓰며 제약업계 매출 1위 자리에 오른 한미약품은 작년 9월 베렝거인겔하임과 7억3000만달러 기술수출 계약 파기에 이어 12월말에는 사노피와 맺었던 당뇨 신약 후보물질 '퀀텀프로젝트' 3개 중 '주 1회 제형의 지속형 인슐린' 물질 계약을 해지하며 계약금 1억9600만유로를 반납했다.
기술수출 해지 사태로 인해 2015년 5125억원에 달하던 한미약품의 기술료 수입은 2016년 277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로써 한미약품은 2015년 창사 이래 첫 1조 클럽 및 제약업계 매출 1위 자리에 오른 지 1년 만에 수성에 실패하며 연매출 8827억을 기록, 2016년도 제약업계 매출 5위로 내려왔다. 전년 대비 33.0% 대폭 감소한 수치다.
불행 중 다행은 기술료 수익 외 제품판매 등으로 인한 수익이 전년 대비 600억원 이상 상승했다는 점이다. 고지혈증 복합제 '로수젯'이 약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때이른 독감유행을 등에 업은 한미플루 역시 4분기에만 16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올해는 미국 제넨텍과의 기술수출 계약금이 분할 인식돼 기술료 수입이 상승할 예정이며, 국내 신제품 매출 증대 및 완제품 수출 증가 예상돼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이 침체된 틈을 타, 올해 제약업계 매출 1위는 전통의 강자 유한양행이 차지했다. 유한양행은 전년 대비 17% 상승한 연매출 1조3208억원을 기록하며 제약업계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함과 동시에 한미약품에 뺏긴 제약업계 매출 1위 자리를 1년 만에 되찾았다.
매출액 만 아니라 영업이익 성적도 좋았다. 유한양행의 작년 영업이익은 978억원으로, 2015년858억원에 비해 13.9%가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원료의약품(API) 수출이 전년 대비 31.6% 늘어난 2464억원을 기록했으며, 도입신약 매출 역시 16.9% 증가한 3509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특히 일반의약품(OTC) 사업이 처음으로 1000억원대에 진입하는 등 고른 성장을 보였다.
유한양행의 사업 구조 상 도입 상품 품목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높은 편이기에 매출 대비 영업이익 증가세가 크지 않은 편이긴 하지만, 유한양행 역시 이를 의식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전년 대비 19% 늘리고 있어 당분간 업계 1위 자리를 무난히 수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작년 3위였던 녹십자 역시 한 계단 상승해 매출 2위 자리에 올랐다. 국내 전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을 기반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1조 1979억원으로 전년보다 14.3% 증가한 1조197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R&D 비용 증가로 인해 전년 대비 14.4% 감소한 785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도 일동제약 주식 처분으로 반영된 일회성 이익 역시 역기저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녹십자는 올해 역시 혈액제제와 백신 부문 해외 사업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1조 클럽 진입에 성공하며 매출 3위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6% 증가한 1조56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2.7% 감소한 444억원을각각 기록했다.
광동제약이 올해 1조 클럽 진입의 영광을 안긴 했으나, 제약사로서의 딜레마는 여전하다. 주력 산업이어야 할 의약품 부문 매출이 전체의 19%밖에 되지 않는 것. 나머지 81%는 식음료 등 식품 부문과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 소모성 자재구매 등 유지보수 분야) 부문이 반씩 나눠 갖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 11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제주삼다수 위탁판매계약을 1년 연장했으며, 지난해 백신 부문 성장과 신제품 '콘트라브' 출시 등에 따라 올해 역시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의 경우 1조 클럽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의미 있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글리아티린' 등 주력 제품 6종의 판권을 종근당에 뺏기며 매출 감소가 예측됐지만, 발빠른 영업력을 바탕으로 '제미글로' 등을 새롭게 끌어옴과 동시에 일반의약품 '우루사'와 '임팩타민' 등의 실적 호조를 앞세워 전년 대비 5.3% 증가한 매출액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올해 항생제 '메로페넴'을 미국에 선보일 예정이고, 보톨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역시 올 상반기 중 FDA 판매허가를 신청하려는 계획 등 해외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통해 1조 클럽에 입성하겠다는 각오다. 대웅제약은 현재 12%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전체의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종근당의 경우 10대 기업 중 가장 큰 성장을 기록했다. 2015년 5천억대 매출에서 40.4% 성장해 8319억이라는 창사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6위로 올라선 것. 특히 종근당 실적이 종속기업이 없는 개별매출 기준임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깊다. 개별 기준으로 종근당의 매출을 뛰어넘는 업체는 유한양행과 녹십자 뿐이다.
종근당은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전년 대비 43.4% 상승한 612억원을 기록했으며, 2015년 67억원 적자였던 당기순이익 역시 409억원으로 대폭 흑자전환했다.
종근당 측은 실적 급상승 원인에 대해 신제품 도입과 기존제품 성장으로 외형성장 및 이익률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종근당은 지난해 '글리아티린'과 '자누비아'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판권을 대웅제약으로부터 넘겨받으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종근당은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올해는 9천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6위였던 제일약품은 전기 대비 3.0% 소폭 성장한 612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종근당의 급격한 성장세에 밀려 7위로 내려갔다.
8~10위는 지난해와 변동이 없었다. 동아ST는 역대 최대 R&D 비용 지출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으나 8위권을 유지했으며, 올해부터 LG화학과 합병된 LG생명과학은 히알루론산 필러 '이브아르'와 당뇨신약 '제미글로'의 매출 호조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창립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LG생명과학은 올해부터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로 편입돼 보다 많은 R&D 지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마지막 10위는 JW중외제약이 차지했다. JW중외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4675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성장했다. 고지혈증치료제 '리바로'와 고지혈증·고혈압 복합제인 '리바로브이'의 매출이 호조를 보였으며, 고부가가치 수액 제품의 매출 증가와 지속적인 원가절감이 실적 개선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10위권 제약사인 JW중외제약과 11위인 보령제약(매출 4122억원)간의 매출액 차이는 550억원 이상으로 특별한 호재나 악재가 없이는 당분간 현재의 10위권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제약업계가 전반적으로 상승세에 있는 만큼 2020년에는 매출 1조 클럽 제약사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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