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바이오의약품 시장 2780억弗 '바이오베터' 대세

국내서도 녹십자·한독·한올바이오 등 속속 가세…기술력·R&D투자 확대 필수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과 전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4년 전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1790억달러(한화 205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 1조272억달러의 17%에 달한다. 2006년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가 780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8년 만에 229% 성장한 셈이다. 특히, 주요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임박해 있어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27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세계 의약품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2000년 초반에만 해도 세계 10대 의약품은 위산억제제 '프릴로섹(오메프라졸)'을 포함해 우울증 치료제'프로작(플루옥세틴)', 제2형 당뇨병치료제 '글루코파지(메트포르민염산염)', 위산억제제 '프레바시드(란소프라졸)', 우울증치료제 '팍실(파록세틴)',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칼슘)' 등 합성의약품 뿐이었다.

그러나 2014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Top 10 중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아달리무맙)',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 '엔브렐(에타너셉트)', '리툭산(리툭시맙)'과 표적항암제 '아바스틴(베바시주맙)', '허셉틴(트라스투주맙)', 당뇨병치료제 '란투스(인슐린글라진)' 7개 품목이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바이오의약품이다.

국내의 경우 바이오의약품이 제약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글로벌에 비해서는 다소 낮긴 하지만,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을 필두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바이오시밀러에 집중돼 있었다. 바이오시밀러란 합성의약품의 제네럴의약품. 즉, 복제약과 비슷한 개념이다. 다만 합성의약품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고 유래가 되는 세포나 조직 등이 완전히 동일할 수 없다 보니 합성의약품의 오리지널-제네럴 의약품과는 달리 그 구조나 공정, 결과물 등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완전히 똑같은 복제약이 아닌 비슷한(similar) 구조를 갖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바이오시밀러는 '휴미라', '허셉틴', '엔브렐' 등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효능·효과는 비슷하면서 가격은 70~80%로 저렴하기에 신약 개발에 비해 시장 진입과 발전이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실제로 셀트리온이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램시마'를 허가받은 이후로, 이를 필두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브랜시스'와 '다빅트렐' 등이 연달아 출시됐다.

실제로 가장 성공적인 국산 바이오시밀러 중 하나로 평가받는 셀트리온 '램시마'는 지난해 10월 누적 수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시판허가 후 수출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이룬 성과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브랜시스' 역시 지난해 유럽과 호주, 북미 등의 판매 허가를 받은 후 수출 초기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브랜시스'의 오리지널 제품 '엔브렐'은 글로벌 연매출이 87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이처럼 바이오시밀러는 큰 잠재 시장을 가진 데다, 바이오신약에 비해 R&D 투자 금액과 기간, 임상시험 실패 위험성 등이 짧다는 장점으로 인해 국내 바이오업계의 주력 분야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합성의약품 분야에서 국내 제약업계가 외국약 수입과 제네럴 의약품 생산을 거쳐 신약 개발국으로 발돋움 한 것처럼,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대세도 점차 신약 및 바이오베터로 바뀌어가고 있다.

바이오베터란?

바이오베터(Bio Better)란 직역하면 '더 나은 바이오'라는 뜻이다. 바이오시밀러가 기존 제품의 효능을 재현하는 데 그쳤다면, 바이오베터는 기존 바이오의약품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이는 신약의 개념이다. 합성의약품에서의 개량신약의 개념과 유사하다.

특히,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효능이나 투여 횟수, 투약 편의성이 높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처럼 낮은 가격으로 경쟁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여러 장점을 부각시켜 오리지널 대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고수입품목으로 분류된다.

또한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를 기다려야 하는 것에 비해, 바이오베터는 독자적인 아이디어 및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특허를 피해갈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과 시장을 나눠 가진다면, 바이오베터는 보다 빨리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바이오베터는 임상 실패 위험성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발표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FDA 임상을 거쳐 판매승인까지의 성공률에 따르면, 합성의약품이 평균 6.2%인 반면 바이오의약품은 11.5%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기존 신약에 다른 장점을 더해 만드는 개량신약의 경우 안전성 등이 입증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상 성공률이 22.6%에 달한다. 즉, 합성의약품에 비해 성공률이 높은 바이오의약품이면서 개량신약이기까지 한 바이오베터의 임상 실패율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바이오베터가 제약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바이오베터 개발 앞장서는 국내 제약사들

이러한 대세에 맞춰, 바이오의약품을 취급하는 국내 제약사들도 발빠르게 바이오베터 개발 및 제품화에 뛰어들고 있다.

녹십자는 미국 샤이어에서 개발한 희귀질환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엘라프라제'를 한층 업그레이드 한 바이오베터 '헌터라제'를 지난 2012년 출시해 성과를 거뒀다.

헌터라제는 출시 2년 만에 연매출 100억원과 국내 시장점유율 50%를 돌파하는 등 엘라프라제 독점체제를 무너뜨리며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차세대 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헌터라제는 지난해 미국 FDA 임상 2상에 돌입했고, 중남미와 중동, 북아프리카 시장에서도 200억원대의 수출을 기록하고 있다.

녹십자는 이어 2015년 2세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특이적 페길화 항암신약 '뉴라펙'을 출시했다.

뉴라펙은 암젠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뉴라스타'의 바이오베터로, 약물 반감기를 늘려주는 특이적 페길레이션 기술을 적용해 순도와 안전성, 약효 및 환자 회복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바이오베터다. 뉴라펙은 임상시험을 통해 오리지널 약품에 비해 동등이상의 효능을 입증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약물로 손꼽히고 있다.

한독 역시 테바의 '롱퀵스'를 통해 2세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바이오베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출시된 한독테바의 롱퀵스 역시 '뉴라스타'의 바이오베터로, 발열성 호중구감소증 예방 및 발현기간 감소로 골수 생산 및 방출을 조절한다. 글리코페길레이션 기술이 적용돼 항암치료 1주기 동안 1회 투여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1세대 치료제는 1주기 4~6회 투여).

특히 분자구조학적 개선을 통해 약물 수용체와의 결합력을 높이고, 페그필그라스팀 제제 대비 약동학적/약력학적 효과를 향상시킴에 따라 다른 2세대 치료제들과의 차별점을 가지며, 국내 출시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중 약가가 가장 낮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레시스테인(Resistein) 기술이 적용된 안구건조증치료제 'HL-036'과 차세대 C형간염 치료제인 인터페론알파 'HL-143'을 포함한 7개의 바이오베터를 연구 중이다. 이 중 'HL-036'은 올 2분기 중 국내 1상 임상시험을 마칠 계획이다.

일동제약 역시 지난 1월, 미국 TG테라퓨틱스사의 단일클론 항체 표적항암제인 '리툭시맙' 바이오베터인 '유블리툭시맙(TG-1101)'의 미국 임상2상 파트1을 통과하며 바이오베터 개발에 가속을 붙이고 있으며, 한미약품 역시 약의 효율을 늘려주는 자체 기술 '랩스커버리' 플랫폼을 통해 바이오베터 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바이오베터 연구가 늘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복제약 취급을 받는 바이오시밀러와는 달리 신약에 더 가까운 바이오베터를 개발하려면 고도의 기술력과 연구 투자가 필수다.

삼성 계열사이자 바이오의약품 연구 및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베터 연구에 뛰어들었다가 지난 1월 바이오베터 개발을 잠정 중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진행 중인 바이오베터 연구 사항이 없으며, 바이오시밀러 임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모그룹 삼성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임상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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