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도 국내 제약기업 '상승세' 유지했다

2016년 잠정 영업실적... 대부분 매출·영업익 ↑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에도 국내 제약기업들의 성장세가 지속됐을까? 최근 국내 제약기업 13개사가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 공시한 2016년 잠정 영업실적을 보면 대답은 '예'다.

비록 잠정실적 공시기업 다수가 30% 이상의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가 변경된 기업 한정으로 이뤄졌지만, 전반적인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변화세가 하락보다는 상승이 많다는 점에서 충분히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제약업계는 정체된 내수 시장의 벽을 뛰어넘어 글로벌로 뻗어나가면서 국내 수출주력 3대 산업(반도체, 자동차, 화학)의 성장세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제약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17.3% 증가한 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흥원 산업통계팀 신유원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열린 ‘2017년 KHIDI 보건산업 전망 포럼’을 통해 의약품 수출 부문에서 유럽과 미국 등 선진시장 진출이 본격화됨과 동시에 국산신약 및 개량신약의 아시아지역 및 신흥 국가 수출이 확대되고, 제네릭 사용 장려 정책과 맞물려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 수출이 증가되는 등 국내 제약사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예측된다고 밝힌 바 있다.

잠정실적을 발표한 19개 제약사 중에서 지난해 8월 기업분할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이후 실적만이 공시된 일동제약을 빼면, 매출 상승세를 보인 회사는 15개사다. 이 중 보령제약과 녹십자를 제외한 13개사는 영업이익 역시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녹십자, 녹십자엠에스, 녹십자셀과 기업분할로 인해 부분 집계된 일동제약을 제외한 모두에서 성장세를 기록했다.

매출 면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한 곳은 에스티팜이다. 에스티팜은 길리어드에 수출한 C형간염치료제 원료 및 올리고핵산치료제 원료의약품 수출 증가가 매출 및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에스티팜은 지난해 올리고핵산치료제 원료의약품 전용 생산 공장을 신설 투자를 결정했으며, 올해 길리어드에 납품 매출액 규모를 늘리는 등 매출 증대에 나섰다.

또 다른 계열사인 녹십자랩셀과 LG생명과학(현 LG화학 생명과학 사업부문) 역시 매출 부문에서 20% 내외의 성장을 기록했다. 녹십자랩셀은 2016년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2.99% 증가한 424억원을 기록했다. 주력인 검체검진서비스 부문 매출이 전년대비 약 13% 성장했고, 지난 2015년에 신설된 바이오물류 부문 실적이 반영된 성과다. 반면 당기순이익 부문 성장세는 잠시 주춤했는데, 이는 NK 세포치료제 ‘MG4101’의 임상 2상이 본격화되면서 연구개발비가 크게 증가한 데 따른 일시적 효과로 분석된다. 녹십자랩셀은 매출액 대비 15%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 있다.

올해 초 LG화학에 인수합병되며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로 편입된 LG생명과학 역시 지난해 매출 532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8.2% 성장했다. 영업이익 역시 472억원으로 87.3% 늘었다.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의 성장과 독자적으로 개발·출시한 히알루론산 필러 '이브아르'의 연매출 500억원 돌파 등 주력제품의 성장에 따른 것이다. LG화학은 올해 생명과학 및 바이오 분야에 1500억원에서 20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며, 생명과학 부문 매출 5900억원(↑10.8%)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분야에서는 삼일제약이 전년대비 144.3% 급증한 39억원을 기록하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순이익 역시 174.4% 늘어났다. 삼일제약 측은 위수탁 사업 및 전반적인 제품 매출 증가가 수익률 증대를 이끌었다고 밝히며, 주당 1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밖에도 동화약품(↑134%), 에스티팜(↑124.9%), 국제약품(↑89.2%) 등이 높은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냈다. 국제약품은 제약부문에서 신규 제품 및 기존 품목의 이익률 개선과 기타비용 감소로 영업이익이 급상승했으며, 당기순이익 부문에서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동화약품은 높은 영업이익률 상승과 더불어, 순이익 부문에서도 전년 대비 무려 405% 상승한 28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4% 상승한 2374억원을 기록했다. 동화약품 측은 "영업이익 부문에서는 주력 OTC 제품 판매 증가 및 상품매출 증가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를 봤으며, 순이익 급등은 당사 안양공장부지 관련 소송종결에 따른 선수계약금의 이익계상이 포함된 결과"라고 밝혔다.

동국제약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크게 올랐다. 매출은 3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상승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471억원, 420억원으로 각각 40.3%, 54.4% 증가했다. 동국제약 측은 화장품 등 신규사업 호조 및 전문의약품 부문의 실적 개선이 유효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약은 영업이익률이 높은 화장품 부문인 '센텔리안24' 브랜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통해 지난해 실적개선에 성공했으며, 꾸준한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마이너스 성장 및 적자전환 한 곳도 있다. 보령제약은 매출 부문에서는 전년대비 2.7% 상승한 4122억원 기록,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47.7% 상승했으나, 영업이익 측면에서 9.2% 하락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보령제약 측은 이번 영업이익 하락세에 대해 직전 사업연도대비 법인세 증가에따른 당기순이익 감소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1조 1979원(↑14.3%)을 기록하며 1조 클럽을 안정적으로 견인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면에서는 성장세가 주춤했다. 전년 대비 17.3%에 달하는 국내 매출 성장이 전체 매출 성장세를 이끌었으나, R&D 비용 상승 및 2015년도 일동제약 주식 처분으로 인한 역기저효과가 영업이익과 순이익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실제로 2016년 4분기만 보면 녹십자의 영업이익은 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배 이상 증가했다.

녹십자의 바이오 계열사 녹십자셀 역시 전 부문에 걸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매출은 4.4%, 영업이익은 59.5% 떨어졌으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0억 원에서 -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녹십자셀은 IT제품 글로벌 약세로 인한 자회사(코리아하이테크) 판매 감소 및 연구개발(R&D)비용 증가 및 2015년 일회성 금융수익을 통한 역기저 효과 등을 실적 악화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IT 자회사 코리아하이테크 실적을 제외한 녹십자셀 단독 실적은 매출액 119억원(↑14.3%), 영업이익 16억원(↓4.6%), 당기순이익 13억원(-54.2%)이다. 녹십자셀 관계자는 "면역항암제 ‘이뮨셀-엘씨’를 통해 적자를 벗어나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구조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엠에스는 자체 개발한 제품의 경우 국내와 수출 부문 모두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타회사 품목을 판매 대행하는 상품의 매출 감소로 인해 전반적인 매출 성장세가 둔화됐다. 특히 혈당측정기 부문 자회사인 녹십자메디스의 실적 부진과 R&D 투자 확대로 인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하며 적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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