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금'암과의 전쟁중'"무조건 정복하라"

유전자·면역요법 등 신치료법 연구 활기
조기진단·적절한 항암치료 대부분 완치

인류가 극복하지 못한 많은 질환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 암이다.
한 생명보험사의 통계에 따르면 성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이 암(59.1%)으로 가장 높았다. 2위를 차지한 고혈압(6.9%)이나 3위인 디스크-관절염(4.0%)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암의 확진은 조직검사소견에 근거한다. 조직검사가 용이하지 않을 때는 세포검사로 대치하기도 한다. 또 암의 진행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CT, MRI와 같은 방사선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혈액검사로 암을 확진 할 수 있는 종양은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혈액검사의 역할은 환자의 신체기능을 평가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최근엔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등 새로운 진단기법으로 암조직만 선택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능적 영상진단기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PET의 경우 암세포와 정상세포사이의 기능적 차이를 영상에 담을 수 있어 기존의 CT, MRI 등의 영상진단으로 확인 할 수 없었던 미세병소에 대한 진단이 가능해지고 있다.

암 치료의 원칙은 암의 조직형, 암이 퍼진 정도(병기결정)와 환자의 전신상태를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항암치료에는 1950년대까지는 수술요법이, 60년대에는 방사선요법이, 70년대는 항암화학요법이, 80년대는 면역요법이 발전했다. 이런 각각의 치료방식이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적용돼 일부 종양에서는 치료성적의 향상을 가져왔다.

대부분의 종양은 조기에 진단될 경우 완치가 가능하다. 또, 일부종양은 진행된 시기에 진단돼도 적절한 항암치료로 완치가 된다. 악성림프종이나 급성백혈병이 대표적 질환이다.
의학자들은 암에 대한 기존치료법인 수술, 방사선요법, 항암화학요법만으로는 암을 근본적으로 정복 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새로운 치료법개발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항암치료법 중 높은 가능성은 보이는 연구결과 중에는 면역요법, 유전자치료, 항신생혈관억제제가 대표적이다.
면역요법은 인체의 자기방어능력을 이용해 암을 극복하자는 시도로 큰 부작용이 없이 높은 항암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은 인터류킨(interleukin)과 같은 사이토킨(cytokine)을 이용한 치료법개발이다.

유전자치료는 미국을 중심으로 600개이상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로 이에 대한 기대가 높다. 미국의 한 기술예측에 따르면 2010년에는 390억~1,570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존의 의학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발전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각 나라마다 국책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간유전체사업 (Human Genome Project)이 성과를 거두어 인체의 유전자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이해를 통해 치료유전자의 개발이 진척되고, 이렇게 발견된 치료유전자를 환자의 필요한 부위에 주입해 적절히 발현시키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성공한다면 DNA자체가 암과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치료제로 사용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항신생혈관억제제는 앤지오스테틴(angiostatin)이나 엔도스태틴(endostatin)과 같이 암에서 신생혈관이 형성돼 암이 전이되는 현상을 차단하고자 하는 시도로 최근 많은 연구가 진척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새로운 연구들이 언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그동안 해야할 일은 기존에 개발돼 있는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여러 가지 기법들 중 어떤 질환에는 어떤 진료가 가장 효율적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직적인 공동임상연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관련전문인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노력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둘 수는 없지만 주어진 여건 하에서 어떤 진료방식이 최대한으로 환자를 도울 수 있는지는 결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들이 축적돼 간다면 언제가는 암도 완치가능 한 질환의 하나가 될 날이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박성주 기자


<유전자치료 어디까지 왔나>
허대석교수(서울대병원 암센터 소장)

“안전·유효성 아직까진 한계 유전자 명확한 규명 급선무”

“암을 결핵과 비유하면 50~100년 전 결핵과 같습니다. 암의 유전자치료는 질병의 원인에 유전자의 이상이 관여한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전자치료가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긴 세월이 필요합니다”

서울대병원 암센타소장 허대석 교수는 ‘과거 한 집안을 망하게 했던 결핵은 이제 보건소에서 진료하는 무섭지 않은 질환이 됐고, 암의 경우도 원인만 밝혀지면 치료의 발전이 급진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핵이 결핵균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100여년 전 독일의 의학자 로브트 코흐에 의해서다. 그로부터 효과 있는 결핵약이 개발되기까지 50년이 걸렸고 이제 결핵은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이 됐다.

“유전자로 병을 치료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실제 환자치료에 적용돼 성과를 거둔 것은 1990년 미국의 국립보건원의 연구진들이 선천성면역결핍증 어린이 2명에게 면역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넣어 준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이같은 유전자치료의 시도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고 불치의 병처럼 여겨지는 암이나 에이즈의 치료법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수천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어느 유전자치료법도 기본의 치료법을 능가할 만한 효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자치료로 간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으나, 결국 사실이 아님이 입증됐다.

특히 99년 미국 펜실배니아대학병원에서 유전자치료의 임상시험중 한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 치료법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대단히 흥미로운 유전자치료가 환자의 적용에서 왜 실패하고 있는가? 이 문제는 여러 가지 시각에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체유전자에 대한 우리의 지식의 한계입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자에 대한 지식은 염기서열정도로 유전자의 기능에 대해서는 지극히 일부의 기능만을 이해하기 시작한 정도입니다. 이 정도의 지식으로는 다양한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얽혀 발병에 관여하는 대부분의 질환을 고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허 교수는 또 다른 문제는 유전자의 기능에 대해 명확한 지식을 지녔더라도 이 유전자를 치료제로 사용하려면 치료유전자를 인체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벡터)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전자적인 예방과 치료가 이뤄지기 위해선 명확한 그림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데 아직은 한계가 있습니다. 기초에서 임상, 임상에서 기초로 서로 정보가 이동해야 하는데 우리는 임상에서 기초로의 연구 부분이 취약합니다. 그러나 암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원인이 밝혀진다면 치료는 급진전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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